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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규 거듭하는 불교 조계종|종권 싸고 맞선 총무원과 종권 수호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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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리나라 불교의 가장 큰 종단인 대한불교조계종이 집행부인 총무원 측과 재야승려의 두 패로 갈려 심각한 분규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일부터 서울조계종총무원 회의실에서 열린 제34회 중앙종회에서 재야승려들의 모임인 종권수호회(회장 오록원)측은 총무원이 부정을 저지르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종회를 열지 않으려고 했다고 주장, 손경산 총무원장 등 집행부의 자진사퇴를 들고나섰고 총무원 측은 이를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맞섰다.
종회는 욕설과 난투의 수라장 끝에 별다른 화해 없이 성원미달로 휴회를 계속하다 6일 폐회, 종 권을 둘러 싼 양측의 대립은 언제 재연될지 모를 상태로 남겨 두었다. 양측의 대립은 지난해 12월5일 집행부가 매년 11월중에 열기로 돼있는 중앙종회를 유보한다고 발표한데서 일어났다. 총무원은 승단의 정화와 종단의 발전을 위한 중진회의를 갖기 위해 종회는 열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일부 재야승려들은 종헌에 근거가 없이 종회를 열지 않는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 12월말 종권수호회를 만들고 이어 전국25개 분사 중 18개 분사 주지를 모아 교구본사연합회를 조직, 종회 개최를 요구하면서 전국승려대회를 열기 위한 서명운동을 벌였다.
이를 무마하기 위해 윤고암 종정의 교시로 중앙종회가 열렸으나 개회 첫날부터 종권수호회 측은 종회를 열지 않으려 했던 총무원의 처사를 비난하면서 집행부의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종권수호회 측은 종정감사에서 집행부의 재정적 부정을 따지면서 총무원이 부정을 숨기기 위해 종회를 기피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말하는 부정이란 총무원장인 손경산 스님이 경북 운문사의 임야에 대한 벌채 권을 주지의 동의 없이 업자와 계약, l천만원을 받아 선학원 원장 채벽암 스님에게 주었고, 총무원 건물 지하실을 토산품 판매장으로 빌려주고 임대보관 금으로 받은 1천만원을 또 채 스님에게 주었다는 것 등.
총무원이 종회 의장인 채벽암씨에게 돈을 준 것은 종회를 유보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종권수호회 측은 주장했다.
종회는 감정이 격화된 의원스님들 사이의 욕실과 충돌을 빚었으며 그 통에 종권수호회 선원스님이 손에 화상을 입기까지 했다.
6일의 해제일을 맞아 스님들이 귀향하는 등 이유로 성원 미달 끝에 종회는 흐지부지 끝났다.
따라서 처음에 윤 종정의 종회 유보 담화로부터 촉발된 종단의 분열은 승려대회나 집행부조직의 양분과 같은 결정적인 파탄은 모면했으나 스님들 사이의 불화를 더욱 심화시키고 종단에 대한 사회의 인상을 나쁘게 하는 결과만을 남기고 말았다.
이번 종회에 임했을 때 종권수호회 측은 수적으로 현 총무원 측보다는 우세했으나 원장불신임에 필요한 재적 3분의 2에는 미달이어서 표결을 통한 종단개편에의 성취는 불가능했다.
그 때문에 종권수호회 측의 결속은 시간이 경과하면서 약화됐으며 일부는 총무원 측과 암암리에 타협하는 기미도 보였다.
종권수호회 측은 결국 각자「종회 유보」배후에 있을 자기들에 대한 권리침해위협을 느껴, 처음에 민주질서회복이란 대의명분 등에 따라 뭉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각기 이해가 상반되고 목적이 달랐던 조직 없는 세력이 겪는 보편적인 귀결처럼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총무원 측은 종권수호회 측의 분열을 틈타 원장과 송월주 총무부장, 배송원 재무부장 등 핵심 부서를 계속 확보했으며 사회부장에 최향운, 교무부장에 장혜광 스님을 새로 뽑는데 그쳤다.
종회를 끝내고 종권수호회 측이었던 김우조 스님은『결국 잘못될 바엔 차라리 총무행정에 집념이 큰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나았기 때문에 원상에 돌아갔다』고 명하면서 종단의 행정을 누가 맡든 간에 중요한 것은 수도 승단의 인재들이 철저한 수도생활을 할 수 있는 여건조성이 문제라는 것이다.
때문에 종단은 앞으로 종헌·종법 등 제도개혁을 포함해서 승려의 자질향상 및 인화를 성취하는데 노력해야 할 것이며 성직자로서 국가사회에 대해 참되게 공헌하기 위한 자체반성이 있어야 할 것 같다. <공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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