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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과 안철수를 보는 호남 민심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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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20일 야권의 심장으로 불리는 호남 민심 다잡기에 나섰다. 김한길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광주 서구 양동시장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김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며 “처절한 반성과 성찰에 따른 담대한 변화와 혁신을 통해 잇따른 선거 패배에 길든 패배주의를 떨쳐 버리고 새로운 민주당, 이기는 민주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의 이익보다 계파의 이익을 앞세우는 정치, 국민의 이익보다 계파의 이익을 생각하는 정치는 앞으로 민주당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며 “이번 지방선거에서 투명한 공천을 실천하겠다. 상향식 공천과 필요하다면 과감한 개혁공천으로 당내·외 최적 최강의 후보를 찾아 내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또 “미우나 고우나 지난 60년 민주당은 여러분이 키워주신 정당이고, 이 땅의 민주주의와 민생과 평화를 위해 싸워온 전통의 정당”이라며 “여러분의 뜻이라면 민주당은 무엇이든 내려놓겠다. 민주당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 호남의 뜻을 외면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정주 시인의 시구를 인용해 "호남은 어머니에게 꾸지람을 듣고 갈 곳 없는 아이가 찾아가는 외할머니의 툇마루 같은 곳“이라고도 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안철수 의원의 신당 창당 추진을 ‘필패하는 분열의 정치’로 규정했다. 전 원내대표는 “우리는 지금 불통정권과 맞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권분열이란 심각한 위협에 직면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라며 “만약 끝내 우리가 불통정권에 맞서 1:1 구도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필패할 수밖에 없는 절체절명의 승부처가 바로 지방선거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분열은 결코 새정치가 될 수 없다. 분열의 정치는 독선과 독주를 방조하고 민주주의와 민생을 패배로 내모는 낡은 정치”라고 강조했다. 안 의원을 향해 ‘연대하라'고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양동시장 민심 탐방에도 나섰다. 호남 지역 최대 규모의 재래시장인 양동시장은 호남 민심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곳이다. 상인들은 “힘내시라"며 이들을 맞았다. 김 대표는 상인들에게 “민주당이 인사드리러 왔다, 장사는 잘 되시는가?”라고 물으며 시장을 둘러봤다. 생닭을 팔고 있는 상인에겐 “AI(조류인플루엔자) 때문에 걱정이다. 끓여서 먹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고 위로했다.

시장 상인들은 "민주당이 안철수 신당과 뭉치지 않으면 반드시 패배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장에서 40년째 이불가게를 하는 김명자(65)씨는 “호남에선 역시 민주당이지만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안 의원과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11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김영현 (63)씨는 “민주당이 원래 뿌리가 있어서 잘 하겠지만, 안 의원과 연대하지 않으면 다 죽는다”고 말했다. 15년째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이건하(39)씨는 구체적인 입장 밝히기를 거부하면서도 “분명한 건 안 의원의 새정치에 대해 광주의 민심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라며 “특히 젊은 층에서 크게 느껴진다”고 했다.

김 대표 일행은 양동시장에 이어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공사 현장, 현대·기아차 협력업체 등 광주 시내 곳곳을 누볐다.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조윤연(45)씨는 “안 의원과 민주당이 합치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있을 텐데 양쪽이 자꾸 정치적 논리로 접근하니까 연대를 못 한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신입사원인 이소라(25)씨는 “안 의원이 광주에 왔을 때 직접 보러 갈 정도로 좋아하지만, 그동안 눈에 띄게 보여준 게 없어서 그런지 예전보다 바람이 좀 줄어든 것 같다"며 "민주당과 안 의원 모두 잘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주 일정을 마친 김 대표 일행은 이날 오후 전북 부안으로 이동해 AI 대책을 점검한 뒤, 전주로 자리를 옮겨 지역 상인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김 대표는 전북 지역 언론사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결과적으로 정치 혁신이나 새정치를 위한 안 의원 측과의 경쟁이 새누리당의 지방선거 승리라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국민들이 원하지 않는 바일 것”이라며 “그쪽 분들도 그쯤은 생각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 의원과의 연대와 관해서는 야권의 재구성 필요 시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주도하겠다는 거지만, 필요성 여부는 좀 더 국민의 뜻을 살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광주=이윤석 기자 america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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