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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문화재단 제정 제3회 도의문화 제작상(심사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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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도의문화의 진흥으로 민족적 각성의 계기를 이룩하기 위해 상성문화재단이 제정한 도의문화 제작상(논문 부문·소설 부문) 의 73년도 제3회 시상식이 31일 상오 11시 중앙일보사 회의실에서 거행되었다. 가정을 주제로 한 이번 작품 모집에 응모된 작품은 소설부문에 18편, 논문 부문에 18편 등 모두 41편이었다.
73년 12월 10일 마감일까지 접수된 이 작품들은 엄정을 기하기 위해 두 차례의 예심 과정을 거쳤는데 12월 11일부터 3l일까지 20일간에 걸쳐 예심을 통과한 작품은 소설 부문에 1편, 논문 부문에 3편이었다 (1차 예심 통과작은 소설 부문에 1편, 논문 부문에 5편).
지난 1월 17일 본심 심사위원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본심회의 결과 논문 부문의 상·입선작은 없었고 소설부문에서는 본심에 오른 유일한 작품 김옥련 작『해무도』가 가작에 뽑혔다.
이번 제3회 도의문화 제작상 심사는 본선에서 소설 부문을 박경리(작가) 백낙청 강무웅(이상 문학평론가) 제씨가, 논문 부문을 김성식(경희대 교수·서양사)이기백(서강대 교수·국사) 이만갑(서울대 신문대학원장·사회학) 제씨가 각각 담당했다.
제3회 「도의문화 제작상」의 심사 소감과 소설 부문 입상자 김옥련씨의 입상 소감은 다음과 같다.
훌륭한 문학작품은 어떤 체계적인 이론이나 관념에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고 풍부한 인간의 생활에서 태어나는 것이다. 물론 위대한 문학작품은 인생에 대한 무한한 지혜와 교훈을 품고 있어서 인간의 삶과 그 삶의 개선에 부단히 봉사하게 마련이지만 그러나 미리 주어진 어떤 사회논리나 공공도덕이 문학이라는 옷을 입기만 하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정에서 주제를 먼저 제시하고 작품을 모집하는 것이 작가들에게 커다란 고전을 겪게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번에 마지막으로 남은 작품『해무도』에서도 그러한 주제의식의 과잉은 이 작품에서 중요한 결함으로 나타나고 있다. 주인공은하수와 그의 아내 혜은이, 그리고 또 하나의 주인공인 외국인 신부 등이 작중상황의 필연성 이상으로 미화 내지 이상화되어 있으며, 동시에 유난이 같은 인물은 상투적인 악역으로 되어있다. 인물의 전형화는 엄격히 구별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이 작품의 가장 근본적 결함이라 할 수 있는 것은 구성의 통속성이다. 주인공이 표류되어 무인도에서 살아 남고 다시 거기에 혜은이와 유난이가 나타나고 거기서 유난이는 죽고 나머지 두사람이 신성하고 행복하게 결합하는 이야기는 완전히 멜러 드라머라고 할 수밖에 없다.
문장이 세련되지 못했다든지, 사투리의 구사에 일관성이 없다든지, 불필요하게 지루한 장면들이 가끔 있다든지 하는 결합들을 더 지적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가작으로 뽑는데 합의한 것은 이 작품이 여러 가지 결함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으로 생활의 건전성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평도 근해 섬들의 어민생활이라는 소재가 무엇보다 탐나는 것이었으며 간간이 보이는 어부들의 대화도 실감에 차 있다.
한마디로 이 작가는 지극히 좋은 소재를 장악하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문학적으로 요리할 수 있는 지적 예리성이 충분히 훈련되어 있지 못한 듯 했으며, 이점 독자들로서는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강무웅>

<내용·논리 빈약, 당선작 못내|가정 변모의 역사의식 결여|서술도 치졸, 참고 원용문 이해 부족>
현상모집 논문 중 최종으로 『근대화 과정에 있어서의 한국가정의 향방』과『현대문명과 한국가정의 불안요인』및 『북한의 사회제도와 가정 문제』등 3편을 놓고 이만갑·이기백 두분 교수와 필자가 합동 심사하여 다음과 같은 일치된 평가를 얻었다.
우선 위의 3편에 대한 공통적인 결점은 모두 한국가정을 논하면서 그것에 관한 권위 있는 참고서를 원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외서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기 때문에 원용문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따라서 문제의 핵심에서 벗어나 피상적 서술에 그치고 말았다. 또 한국가정은 한말에서 일제, 해방, 그리고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변호된 데 대한 역사적 의식이 부족했기 때문에 도의 문제에 입각한 가정은 어떠한 가정이 되어야 하며 그렇게 되는 방법이 무엇이냐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전연 없다. 그리고 논리가 제대로 서지 못하고 서술에 있어서도 저속·미숙한 데가 많았다.
『근대화 과정에 있어서의 한국가정의 방향』은 표현은 거창하나 내용이 빈약하고 관념적이며 특히 치명적인 것은 한문 원용에 있어서 오류와 오해가 많았다. 가정과 사회와의 관계에 대한 서술도 소홀했고, 그리고 사회생활에서 가정생활을 결정론적으로 다루었다. 논문에는 거의 금물로 되어 있는 감정 개입이 많았다.
『현대문명과 한국가정의 불안요인』은 한국 가정에 대한 객관적 분석이 부족하고 특히 근대사회의 주요한 특징인 관료제도에 대한 언급이 없다. 현대 기계학 문명시대의 비인간화를 근심한 것은 당연하지만 애착과 인간화를 주장하는 데만 그치지 말고 그것을 실현케 할 방법을 제시했었어야 했다.
마지막으로 북한의 가정 문제에 대해서는 논자가 본 현상모집 논문의 뜻을 잘못 이해한 것 같다. 논조도 북한공산체제비판이 많고 남북가정을 비교하는데 있어서도 지극히 소박한 지식으로 논했다.
전체적으로 내용이 빈약하고 논리의 앞뒤가 맞지 않았으며 내용의 그릇됨과 서술의 치졸로 인하여 금년도에는 당성작품이 없는 것으로 판정하였다. <김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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