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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기의 글로벌 포커스] 한국 주식에 투자하기 부담스러운 5가지 이유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의 주식 투자자들이 연초부터 멘붕에 빠졌다. 기대가 컸기에 충격은 더하다. 글로벌 경제가 올해는 좋아진다고 하지 않았나. 전통적으로 한국 증시는 세계 경제가 회복하면 탄력적으로 튀어 오르지 않았던가. 지난해 주요 20개국(G20) 중 주가 상승률 꼴찌를 기록했으니 저평가의 해소를 위해서도 올해는 꽤 올라갈 것이라고 증권사들이 전망했는데…. 의문이 꼬리를 문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한국 주식은 올해도 큰 수익을 내기 힘들어 보인다. 세계 경제의 회복 여부와 상관없이 말이다. 이유는 대략 다섯 가지다. 요약하면 주식이란 게 기업의 미래 수익창출 기대감으로 오르는 것인데, 그런 ‘성장의 믿음’이 사라지고 있고 주식을 사들일 수요 기반도 너무 취약하다는 사실이다. 다음은 국내 투자 고수들과 터놓고 얘기하면서 도달한 결론이기도 하다.

꿈을 잃은 한국 주식시장
첫째, 경제의 불균형 성장이 너무 심해졌다. 내수가 갈수록 쪼그라드는 상황에서 수출만으론 버티기 힘든 한계 상황이다. 수출도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빼면 제자리걸음이다. 한국 경제는 한쪽 날개만 진화하고, 다른 날개는 퇴화한 새에 비유된다. 큰 날개도 두 개의 깃털에 너무 의존한다. 자칫 중심을 잃으면 언제 나선형으로 추락할지 모른다. 삼성전자를 탓할 일이 아니다. 분기 8조원대 흑자면 여전히 나무랄 게 없다. 제2, 제3의 삼성전자를 꿈꾸기 힘든 경제구조가 문제인 것이다.

둘째, 산업 샌드위치의 현실화다. 일본과 중국의 협공에 시달리는 기업이 부쩍 늘었다. 일본의 수출 기업들은 엔화 약세에 힘입어 대반격에 나섰다. 중국 기업들은 어느 새 첨단 기술로 무장해 뒤통수까지 따라붙었다. 시진핑 정부의 내수 확대 정책은 중국 기업들의 입지를 넓히고 있다. 세계 톱 클래스의 기업이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다. 화웨이나 샤오미 등은 “우리의 경쟁 상대는 삼성이 아니라 그 너머”라고 소리칠 정도다.

셋째, 기업 지배구조 리스크다. 한국의 재계는 지난 연말 그룹 인사에서 보듯 오너 3세들이 경영의 전면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현 2세 오너들의 연령과 차기 대통령 선거라는 정치 일정 등을 감안할 때 주요 그룹의 경영권 승계 작업은 박근혜정부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시장이 3세 경영자들의 경영 능력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3세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더 이상 추격자가 아닌 선도자로서의 자질을 보여줘야 한다.

경직된 기업문화도 문제다. 오너의 결정 앞에서 다르거나 새로운 의견을 내기 힘들다. 어디서나 ‘예스맨’들만 보이는 이유다. 추격자일 때는 그게 강점이기도 했다. 일사불란하게 돌격 앞으로를 감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선도자로서 창의적 의사결정을 하기에는 부적합한 구도다. 리더가 아홉 번 잘해도 한 번 실수하면 그대로 끝장일 수 있다.

제 발등 찍은 증권업계
넷째, 증권·자산운용 업계의 신뢰 추락이다. 투자자들은 국내 금융업계의 분석과 투자권유에 대해 더 이상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못 믿겠다고 한다. 주식매매와 펀드판매 수수료에 목을 매는 영업구조가 야기한 파국이다. 업계는 직원들이 고객에게 사고팔기를 계속 반복하게 해야 높은 연봉을 챙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길게 보는 신중한 투자를 권유했다가는 실적 부진자로 낙인찍히게 마련이다. 그렇게 고객 계좌는 메말라갔고, 화가 나 떠났던 투자자들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

다섯째, 중산층의 추락이다. 미우나 고우나 주식 투자에 열심인 것은 여유자금 1억원 안쪽의 중산층이다. 저금리의 금융상품으로는 미래 설계에 답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수억~수십억원을 굴리는 부자들은 주식을 꺼린다. 재산을 안전하게 지키는 게 우선이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의 중산층은 일자리와 소득 불안, 전셋값 상승, 자녀 사교육비 등에 치여 주식 투자는 엄두를 내기 힘든 처지에 놓였다.

물론 희망을 주는 변수들도 있다. 정부는 내수 서비스업과 벤처·중견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규제를 철폐하겠다는 ‘경제개혁 3개년 계획’을 내놓았다. ‘통일은 대박’이라며 남북경협의 확대 기대감도 불러일으켰다. 증권업계는 뒤늦게나마 ‘신뢰 회복’을 올해 경영 화두로 제시했다.

진짜 그렇게만 된다면 한국 증시는 침체를 벗고 다시 용틀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장은 별로 기대하지 않는 눈치다.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변화를 싫어하는 기득권자들은 벌써 저항의 바리케이드를 치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과 금융업계의 변신도 시간이 많이 걸릴 일이다.

이래저래 올해도 치고 빠지는 단기 투자만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요즘은 그렇다. 

김광기 이코노미스트·포브스 본부장 kikw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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