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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인민대표대회 임박의 신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65년1월이래 9년째 폐회중인 중공의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조만간에 소집될 것 같은 기미를보이고있다.
14일 일본의 공동통신이 전한바에 의하면 2년전에 복권된 등소평이 정치국원으로 승진되었다고 한다.
문제는 등의 정치국원 승진을 결의하기 위해서는 당중앙위 전체회의가 소집되어야 한다는점이다. 그리고 당중앙위 전체회의가 등의 정치국원 승진건 하나만을 결의하기 위해 소집되지 않은 이상 중앙위 전체회의에서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모종의 결정」이 있었다는 결론이 된다.

<상무위관장도 뽑을 듯>
여기에서 제일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제4기 전국인민대표대회의 소집이다.
의회에 해당하는 인민대표대회에는 국가주석 및 대표대회 상무위원장(국회의장격)의 선출, 신 헌법의 채택, 제4차 5개년계획의 승인 등 시각을 다루는 일들이 산적해있다.
국가주석단과 상무위원장의 인적구성은 문화대혁명의 최종적인 마무리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을 끈다.
한데 제4기 전국인민대표대회의 개최가 등소평의 승진과 동시에 결정된 것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국가공석단 내지 상무위원장의 인선과도 밀접한 관련을 갖는 조치라고 풀이해야 할것이다.

<모, 결합과 균형을 요구>
중공은 십전대회에서 노·장·청년의 3결합 내지 문혁파·비문혁파의 균형을 이루는데 성공했다. 이와같은 균형은 당정치국의 구성에서 주은내파와 강청파의 대결이라는「해독」을 낳게까지 했었다.
따라서 제4기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소집되어 국가주석과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을 선출할 경우에도 모택동은 십전대회에서와 같은 결합과 균형을 요구할 가능성이 짙다.
한데 지금 당장 문혁파에서 국가주석이나 상무위원장을 고른다면 장춘교가 분명히 떠오르지만 비문혁파에서는 그 선택이 매우 어정쩡해진다.
섭검영이 그럴듯하지만 나이가 이미 75세이고 주덕과 동필무는 아예 얘기가 안된다.
이런판에 등소평이 정치국원으로 승진되었다면 모나 주가 그를 국가주석 내지 상무위원장단의 비문혁계 총수로 꼽았다고 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주와는 불 유학의 교우>
등은 유소기와 함께 「정자파(자본주의의 길을 걷는파)의 괴수」로 규탄 받았던 경력이 있고 주은내와는「프랑스」유학시절 이래의 교우이다.
따라서 노·장·청 3결합과 문혁파·비문혁파의 균형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그야말로 안성마춤의 인물인 셈이다.
등소평은 73년10월 한달의 경우 공식석상에 등장하는 횟수가 13회나 되어 주은내의 19회 바로 다음자리를 차지했었다.
하지만 등이 맡는 일은 대개 의례적인 외국사절의 접견등으로서 실질적인 당무와는 거리가 먼 것들이었다. 말하자면 등은 국가주석이나 상무위원장의 예행연습을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제4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는 이밖에 신 헌법의 채택과 제4차 5개년계획의 승인 등 일거리들을 치러야한다.
현행 헌법은 이른바「신민주주의헌법」이므로 생산·소유 형태에서 자본주의적 제도를 널리 인정하고 있다.
중공은 이미 58년부터 사회주의 혁명단계에 들어갔으며, 헌법상에 보장된 자본주의적 소유형태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이므로 소위「사회주의헌법」의 채택은 때늦은 감마저 없지 않다.

<주·강청 권력투쟁 전기>
또한 제4차5개년계획은 이미 71년부터 집행되어 왔으므로 전국인민대표 대회에서의 승인은 하루가 급한 형편이다.
어쨌든 이번에 소집될 제4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는 국가주석과 상무위원장의 선출, 신헌법 채택, 제4차5개년계획의 승인 등 앞으로의 중공진로에 매우 중대한 영향을 미칠 사항들이 무더기로 처리될 것이다.
국가주석단의 인적구성은 그동안 많은 논쟁을 불러 일으켰던 주은내·강청의 권력투쟁설에 새로운 전기를 줄 것이다.
또 신 헌법은 모택동류의「정병간정」(관료기구를 간결히하고 군을 정예화한다는 의미) 사상과 사회주의 혁명단계에서의「수구혁명론」이 가미된 독특한 체계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홍사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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