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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학」건설에 제동 건 「오일·쇼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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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중화학공업의 선두「그룹」에 나섰던 제4, 5, 6정유공장이 건설 계획을 마무리 지을 마지막 단계에서 실수요자 선정 자체가 백지화 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추진될 중화학공업 건설 계획에 암영을 던져주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9월17일 일산 15만「배럴」규모씩의 4, 5, 6정유 공장 건설 실수요자를 선정, 발표하고 이들로 하여금 73년 말까지 건설계획서를 확정, 정부에 제출하도록 통고한바 있다.
그러나 건설 실수요자로 선정됐던 선경개발, 조양상선, 범양 전용선 등 국내 3사는 외국의 합작「파트너」와 그동안 건설계획에 대한 절충을 벌여 왔으나 「오일·쇼크」 등 불안요인 때문에 계획을 확정짓지 못하고 계획 제출 시한인 73년 말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정부는 이미 가인가 된 3개 정유 공장 건설 실수요자를 일단 백지화시킨 다음 새로 실수요자들을 모집할 의사를 밝힌 것이다.
당초4,5,6 정유공의 건설 조건은 ①합작투자 비율을 50대50으로 하여 운영권은 내국인이 보유할 것 ②산유국의 정부기간 또는 산유 회사가 직접 참여하고 원유와 확고한 공급원을 확보할 것 ③생산 제품의 50%는 수출하되 정부의 허가를 받고 국내판매 분에 대해선 정부고시 가격을 따를 것 등을 전제로 했었다.
이러한 까다로운 조건에도 불구하고 가인가를 받을 당시 조양상선(제5정유)과 합작「파트너」였던 「프랑스」석유, 일본 대협 석유와 환홍 반전 등은 원유의 안정적 공급을 비롯한 제 조건을 충족시키겠다는 약속까지 한바있다.
그러나 중동전 이후 「아랍」측이 10월부터 석유 무기화를 내걸고 원유 감산과 수출 가격인상 등 일련의 조치를 취하자 사태는 급전했던 것이다.
4, 5, 6정유가 계획서 제출의 시한을 넘길 정도로 난관에 봉착한 것은 다른 어떤 조건보다도 원유의 안정적 공급을 충족시킬 수 없다는 점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오일·쇼크」가 우리 나라 중화학 공업 건설 계획에 미친 영향이며 첫 번째로 표면화한 것이다.
비록 4, 5, 6정유의 생산 제품이 50%를 수출하는 조건이었다고 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내 석유량 수요증가를 감안한 것이었고 특히 석유 화학 계열공장에 대한 원유 공급과 투자를 전제로 해서 추진돼 왔던 만큼 이 같은 3개 정유공장의 건설 지연은 앞으로 화학공업 건설분야에 여러 가지 문제점을 던져 주게될 것이다.
더구나 중동 산유국들의 최근 움직임을 보면 「이란」의 경우 외국에 대한 정유 공장 합작건설보다 국내 정유 공장 건설을 우선으로 키우는 경향을 보이고있어 산유국들과의 제휴를 통한 정유 공장 건설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을 보이고 있다.
비단 3개 정유공장 건설 계획뿐 아니라 기존 3개 정유공장 확장계획도 문제가 되고 있으며 다른 중화학 공장에 있어서도 자본 도입을 가장 크게 기대했던 일본 경제가 「오일·쇼크」로 인해 국제수지의 급격한 악화로 자본 수출에 제약을 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포항 종합 제철 확장 계획만 해도 1억3천5백만「달러」의 대일 협력분 가운데 4천5백만「달러」만 타결되어 새로운 외자도입선의 모색이 불가피 해진 점등은 좋은 예이다.
따라서 「오일·쇼크」는 원유확보 그 자체의 문제뿐만 아니라 그로 인한 세계 경제의 하강으로 인해 우리 나라 중화학 공장 건설 계획 전 분야에 걸쳐 이미 마련된 정부의 청사진에 손질을 불가피하게 하고 있다. <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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