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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에 부닥친 「고도 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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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번 석유 파동이 있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1974년의 세계 경제는 안정 기조 위에 착실한 성장을 이룩할 것으로 예측한 것이 세계 경제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전망이었다. 즉 지난해의 급격한 물가상승 속도는 점차 둔화되어 선진 제국에 있어서 새해의 물가상승은 연 평균 증가율 5%내의(1973년의 증가율은 15∼16%) 선에서 안정될 것으로 내다보았으며 세계의 경기는 1973년과 같은 이례적인 고율 성장은 아니라 하더라도 선진 제국의 경제는 상반기에 평균 약 5·5%, 후반기에 약4·5%의 착실한 실질 성장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았던 것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이 분명>
그런데 갑작스런 중동 산유제국의 원유 제한조치는 모처럼 안정세를 이루어 가던 세계경제에 새로운 「인플레이션」망의 세찬 파고를 일으키며 세계적 불황의 우려를 제고시켰다. 원유 감량이 얼마동안 지속될 것이냐에 대한 구구한 가정아래 세계 경제 전문가들은 정도에 있어서는 상이한 계측을 발표하고 있으나 1974년의 세계 경제는 일종의 「스태그플레이션」, 즉 경기 불황이 물가 상승을 동반할 것으로 보는 점에서는 모두 견해가 일치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는 원유 감량이 1·4분기 내지 2·4분기까지 계속될 것으로 가정하여 당초에. 예측한 약2·5%의 실질 성장률에서 상당히 후퇴한 1% 내지 「마이너스」1·5% 성장으로 수정하고 있으며 구주 제국 또한 원유의 감량으로 인해 실질 성장률을 당초 예측한 약 5%선에서 2∼3%는 축소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에 비해 중동 원유 의존도가 높은 일본의 경우는 원유 감량으로 인한 경제 부조를 훨씬 더 심각하게 보고 있다. 일본 경제 기획청과 일본 경제연구「센터」의 추정을 보면 다소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정상공급에서 15%감량이 연간 계속 된다면 당초에 예측한 실질 성장률 약8%에서 적어도 13%는 후퇴하여 일본 경제는 「마이너스」5% 이상의 실질 성장률로 주제가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인플레」에 대해서도 세계 각국은 당초의 연간 약 5%보다 적어도 2∼3% 더 높은 물가 상승률을 예상하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 l974년의 물가 상승률을 약 16%로 내다보고 있다.

<새해 gnp 8∼9%성장>
그리고 실사 원유 공급이 완화된다 하더라도 원유 가격의 상승은 계속될 것이며 이로 인한 「코스트·푸쉬」가 세계 각국의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클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로 나타나고 있다.
원자재의 수입 의존도가 높고 또 무역의존도도 높은 우리 경제가 해외 경제의 변천에서 영향을 받을 것은 당연하며 따라서 우리 경제도 세계적 「스태그플레이션」망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아야 하겠다.
원유 파동에 뒤이은 원자재 품귀 현상은 계속될 것이며 이는 우리 경제에 부담을 줄 것이다. 따라서 당초 유류 파동 이전에 예측한 우리 나라의 74년도 GNP 실질 성장률 12%선은 다소 둔화되어 약8∼9%의 실질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73년에 비한다면 상당한 불황이지만 과거 10년간의 평균 성장률에 비한다면 단지 1%정도 하회하는데 불과하다. 그러나 8∼9%의 성장은 결코 쉽사리 달성될 수는 없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모든 예상되는 시련을 극복할 수 있는 적응성이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다.
이미 세계적으로 원유는 물론 석유화학 계열의 원료를 비롯하여 각종 주요 원자재는 품귀 현상을 빚고 있으며 그 가격도 폭등하고 있는 실정이므로 이러한 국제 추세에 있어서 가격이 비싸다고 해서 주요 원자재 확보를 주저한다면 수출은 물론 성장에 심한 위축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물가 안정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가격 기능의 유효성을 소홀히 해온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물가의 현실화 없이는 주요 자원의 물량 확보가 어려울 것이며 또 국내 공급력의 효율적 확장도 불가능할 것이므로 국제「인플레이션」을 감수할 적응성이 인식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 나라의 경우도 지속적인 성장과 효율적 자원 배분을 위해 일본의 수준에 가까운 상당한 물가상승을 감수할 용단과 적응력을 갖추는 것이 긴요할 것으로 보인다.

<급격한 물가상승 견뎌야>
그리고 원자재 품귀는 금년에도 계속되어 우리 나라 수입국가는 수출 단가보다 더욱 급격히 상승할 것이고 또한 우리 나라의 주요 교역 상대국의 경기 후퇴는 우리의 수출을 다소 둔화시킬 것으로 예상되어 국제수지의 적자폭은 어느 정도 심화될 것 같다.
석유 파동은 세계적 「인플레이션」과 불황을 발생시킬 중대한 요인이 되고 있으며 원자재 품귀와 상격 상승을 초래하고 있어 그 결과가 우리에게도 물가고와 불황에 대한 우려를 안겨 주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세계 경제의 급격한 소용들이 속에서도 우리 경제는 해마다 3%이상 급속히 증가하는 노동 인구의 취업문제를 감안할 때 성장은 지속되어야만 할 것이다.

<정부 시책의 적극화 기대>
이렇듯 새해는 불가품귀와 불황의 강력한 위협 속에서도 성장을 추구해야할 우리 경제의 시련의 한 해가 될 것이며 이 시련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범국민적인 내핍운동이 절실히 요청된다고 하겠다. 즉 우리가 절약함으로써 조금이라도 더 수출하고 저축하여 국제수지를 개선하며 또 물가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기업도 절약과 생산성 향상을 통해 원자재 가격 상승의 애로를 극복하고 수출의 지속적인 신장을 위해 국제 경쟁력을 강화시켜야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격동이 예상되는 국내외 전반의 변천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정부 시책의 적극화가 요청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원유를 비롯한 주요 원자재를 염가로 자유롭게 구입할 수 있었던 시대는 이미 끝났으며 오늘날 급속도로 변천하는 국제 경제 환경에서 우리에게 알맞은 산업편성이라는 과제도 우리가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문제일 것이다. [구본호<한국 개발연구원 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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