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통합의 촉직역…석유쇼크|「코펜하겐」의 9개국 정상회담의 의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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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의 석유「쇼크」는「유럽」동맹을 지향하고 있는 EC의 통합「페이스」를 훨씬 단축시켜 놓았다. EC각국은 자체 내에 아직 이견이 있기는 하지만 미·소·「아랍」산유국 등 경제「블록」이 휘두르는 위력에 대항하기 위해선 EC의 자위적 단결 외엔 길이 없다고 상호 실감한 것이다.
EC각국은 시장 규모 면에선 결코 하나의 경제단위를 이룩할 수가 없다.
EC 9개국 시장을 모두 합쳐야 미·소·일·「아랍」경제권에 대항함수가 있는 것이다. 또 대외교섭력도 그만큼 강해진다.
현 EC의 모체가 2차대전후 전「유럽」이 전화의 잿더미 속에 있을 때 태동되었듯이「유럽」을 위협하는 정치적·경제적 위기는 EC강화의 자극제가 되어왔다.「유럽」은 대부분 자원해외의존국이기 때문에 자원위기는 바로 사활문제와 직결된다.
지난번 미국의 고철·농산물의 금수조처로 그 약점을 여지없이 드러낸 EC는「아랍」산유국의 석유「파워」에 집단대항책을 공동 강구치 않을 수가 없고 이것이 최근「코펜하겐」에서 열린 EC 9개국 수뇌회담에서 토의, 확인되었다.
EC수뇌들은 우선 근본적으로「유럽」동맹 및「경제통화동맹」으로 향하는「페이스」를 단축할 것을 확인하고 최근의「에너지」위기는 EC의 행동통일을 통해 공동 극복키로 합의했다.
석유위기에 대한 EC의 전략은 석유소비국의 단결에 의한 대산유국 대항을 제창한「키신저」구상에 보조를 같이하면서도 EC는 EC대로 독자의 길을 걷겠다는 뜻이 나타나고 있다.
EC는 석유소비국으로서 집단자위권을 강조하면서 한편으론 산유국과의 현실적인 협상을 통해 현「에너지」위기를 공동 타개하자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데 이것은「아랍」산유국측의 호의적인 반응을 얻음으로써 어느 정도 내실을 거둔 셈이다.「코멘하겐」수뇌회의 동안에도 EC는「아랍」산유국 4개국 외상과의 막후 접촉을 통해『산유국은 EC에 적용하고 있는 원유공급 삭감 등 제반 제한조처를 철회할 의향이 있다』는 언질을 얻어냈다. 사실 EC라는 단결된 경제권은「아랍」산유국으로서도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므로 EC가 행동통일을 하는 한 타협적인 협력을 안할 수 없는 형편이다.
EC수뇌회담 후 발표된「에너지」선언은 ①EC위원회가「에너지」위기로 야기되는 생산·물가·국제수지·외화보유의 영향을 검토하여 내년 1월말까지「에너지」공급시장의 질서있는 기능을 확보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제안하면 이사회는 이를 2월말까지 결정하고 ②이사회는 전 가맹국이 일치되고 평등한 기초 위에서「에너지」소비절약책을 취할 것을 보증하는 조처를 강구하며 ③이사회는 석유에 대체할「에너지」자원을 공동 개발한다는 등을 확인했다.
또 EC제국에「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을 포함한 포괄적인 협상을 산유국과 벌이며 OECD의 틀 안에서 소비국 공통의 장·단기「에너지」대책을 협의한다는 것도 또한 합의했다.
EC의 자원「줄」정책은 EC의 전신인 ECSC(「유럽」철강석탄공동체)에서 비롯되었다. ESC를 모체로「베넬룩스」3국과 불·독·이 6개국은 경제적 봉합을 목적으로 EC를 발족시켰다.
EEC의 성공적인 발전은 영·「덴마크」·「에이레」를 EEC에 흡수한 원동력이 되었고 이것이 현 확대EC다.
EEC는 정치적 통합까지 포함한 EC로 발전되었고 이것은 궁극적으로「유럽」연방을 지향하는「유럽」통합으로 급진전되고 있다. <최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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