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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s 포커스] 새내기팀들 걱정스런 첫걸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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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K-리그가 곧 개막된다. 2003시즌 개막일인 23일을 일주일 앞뒀지만 분위기는 썰렁하다. 올해 K-리그에 합류한 두 신생 구단 대구 FC와 상무 불사조의 '준비 부족' 탓이다. 제대로 리그를 치러낼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팀 안팎에서 흘러나올 정도다. 상.하위 그룹 간 뚜렷한 실력 차 탓에 '보는 재미'가 반감될 것이라는 걱정도 나온다. 신생팀의 준비 부족과 문제점 등 K-리그의 순항을 위협하는 요소들을 현장에서 짚어본다. [편집자]

◆ 대구 FC
지하철참사 등 겹쳐 돈줄 말라…백업맨 부족 다칠까 조마조마

프로축구 11구단 대구 FC는 시민 자본으로 출발해 세계 명문 구단으로 우뚝 선 잉글랜드 프로축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시민의 힘으로 프로구단이 생긴 것은 한국 프로 스포츠엔 한번도 없었던 일이다.

그러나 의욕적인 실험은 현재까지 어두운 그림자에 휩싸여 있다. 시민들의 참여 부족과 대구 지하철 참사라는 악재가 겹친 데다 선수 구성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돈이 말랐다

대구 FC는 당초 3백억원 정도의 목돈이 마련돼야 안정적으로 구단을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일종의 초기 투자 자본이다. 지난해 창단을 준비하면서 처음으로 모금한 액수는 53억원이었다. 대부분 창단을 추진하는 대구상공회의소 소속 기업인들에 의해 모였다. 지난해 11월부터 두달에 걸쳐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1차 공모주 청약을 실시한 결과는 77억원이었다.

시민주 공모 열기가 부족하자 올초 2차 공모주 청약을 시작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대구 지하철 참사'라는 악재가 터졌다. 2차 공모주 청약 두달이 지났건만 모금액은 겨우 7억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지금까지 모은 돈은 목표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백30억여원이 전부다. 창단 첫해 최소예산이 1백20억원 가량. 결국 올해는 가까스로 꾸려갈 수 있지만 내년엔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

대구FC 선수들이 대구 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에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있다. [대구=조문규 기자]

▶수익사업도 제 자리

한국의 프로스포츠 구단들은 매년 수십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기업이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는 덕분에 구단을 꾸려간다. 기형적인 구조다. 그러나 대기업과 연관이 없는 대구 FC는 홀로 생존해 나가야 한다. 성공한다면 새로운 프로 구단 운영의 모델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대구 FC는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 대구 월드컵 경기장 내 A보드 광고판과 현수막 광고 유치에 나서고 있으며 엠블럼과 캐릭터 사업, 유니폼 제작 등 수익사업에도 손을 댈 계획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성과는 미미하다. 대구 지역 경제가 오랜 침체에 빠져 있어 광고에 선뜻 나서는 기업이 없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오는 23일 수원 삼성과의 K-리그 개막전이 눈앞에 다가왔지만 A보드 등에 광고를 하겠다고 나선 기업은 목표의 50%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기타 수익사업도 필요성만을 느끼고 있을 뿐 과연 어떤 식으로 사업을 진행할지 구체적인 안이 전혀 잡혀있지 않은 상태다.

▶선수 구성도 미흡

프로 구단이 한 시즌을 꾸려가기 위해선 포지션별 최소 2명의 '확실한' 멤버는 확보돼야 한다는 게 축구인들의 지적이다. 부상과 컨디션 난조.경고 등에 의한 출전기회 상실 등 여러 변수 등을 고려할 때 백업 요원이 풍부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대구 FC는 주전 11명을 짜는 것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다른 프로팀에서 퇴출된 선수들을 끌어모으고 공개 테스트 등을 통해 선수들을 규합했지만 "실력은 '프로'라고 부르기 부끄럽다"는 게 박종환 감독의 하소연이다.

그나마 팀의 간판으로 기대했던 서동원(30)은 함량 미달로 퇴출당했다. 지난주 벌어진 1진과 2진과의 자체 연습경기에선 2진이 이기는 이변(?)을 연출하기도 했다. 선수층이 두텁기 때문이 아니라 1진도 2진에 가까운 하향 평준화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타 구단의 협조도 전혀 없는 상태다. 지난해 단장 회의에서 "대구 FC가 어느 정도의 경기력을 갖출 수 있도록 선수 수급을 돕겠다"고 말했으나 공수표였다. 손종석 스카우트는 "무조건 돈도 안 주고 선수를 스카우트하겠다는 게 아니다. 그러나 A구단의 경우 이미 용도폐기된 선수를 스카우트하려 하자 '이적료 3억원은 줘야 내줄 수 있다'고 떼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 상무 불사조
연고지 없는 '뜨내기팀' 홀대, 이동국 등 포진 … 전력은 탄탄

K-리그 개막이 일주일도 남지 않았지만 빛고을 광주에서 프로 축구의 냄새를 맡기 어렵다. 23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상무 불사조와 울산 현대가 개막전을 하지만 그 흔한 현수막이나 홍보 전단 하나 보이지 않는다.

프로축구연맹과 광주시가 '책임 떠넘기기'에만 골몰하고 있는 탓이다. 지난 1월 프로연맹은 이사회를 열고 상무 불사조 축구단의 K-리그 가입을 승인했다.

그러나 광주시에 연고권을 주지는 않겠다고 했다. 광주시가 연맹에 프로리그 가입비(10억원)와 발전기금(30억원)을 내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연맹은 상무의 프로리그 운영을 직접 관장하고,홈경기는 광주시와 협조해 치르겠다고 했다. 연맹은 직원 2~3명을 파견해 경기를 치르겠다는 입장이다.아시아 챔피언스리그 등 큰 경기를 많이 치러봤기 때문에 경기 운영에는 별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심지어 "가입비와 발전기금을 내겠다는 지방자치단체가 있으면 상무 연고지를 그곳으로 옮기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반면 광주시는 어이없다는 표정이다. 팀 연고지를 정하는 것은 연맹의 권한이 아닌데도 연맹이 월권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광주시와 상무의 연고지 협약은 2002년 4월 13일 당시 고재유 광주시장과 허연욱 국군체육부대장 간에 체결됐다. 협약문에는 '국군체육부대 상무의 연고지를 광주로 정하며, 광주시 명예선양 및 축구발전에 노력한다'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

광주시 체육청소년과 오승희 과장은 "우리는 군 팀의 특수성을 감안해 가입비와 발전기금을 낼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팀 운영에서 나오는 수익금 전액을 연맹에 납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도 연맹은 이를 거부했다. 홈경기에 대해서도 우리는 다른 자치단체가 하는 만큼은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연맹은 광주시를 마치 산하단체처럼 대하고 있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최근에는 연맹이 태도를 바꿔 '광주시가 상무 운영을 맡는 게 어떻겠느냐'는 의사를 타진해왔다. 광주시는 검토끝에 '가입비와 발전기금을 일부 면제해 준다면 가능하다'는 회신을 보냈다. 결론은 17일 연맹 이사회에서 나온다.

광주 현지 분위기는 어떨까. 한 택시기사는 "나도 축구팬인데 꼭 경기를 보러 가고 싶다"고 기대감을 나타냈지만 또 다른 택시기사는 "상무는 어차피 뜨내기 아닌가. 금호 같은 지역 연고 기업이 팀을 만들어야 하는데"라고 말했다.

사실 상무팀의 K-리그 가입은 출발부터 무리였다. 군 팀이 수익을 목표로 하는 프로 경기에 출전한다는 게 애당초 어불성설이었다. 그러나 정몽준 축구협회장이 '월드컵 이후 축구붐 조성'을 명분으로 이를 밀어붙였다. 문제는 鄭회장이 미국으로 떠나면서 그 구상이 꼬이고 있다는 데 있다.

상무 불사조 선수들이 성남 국군체육부대 연병장에서 달리기로 몸을 풀고 있다. [성남=장문기 기자]

▶상무의 전력은.

수비수 김상식.김영철.김대건, 공격수 이동국.조재진.박성배.

베스트 멤버의 면면만 놓고 보면 어느 팀에도 빠지지 않는다. 대부분 프로팀에서 주전으로 뛰던 선수들이다.

상무는 지난해 프로 2군리그에서 남부 1위를 차지했다. 다른 프로팀 감독들도 "상무의 전력이 만만찮다. 잘못 하다간 망신을 당할지도 모른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가장 큰 핸디캡은 용병 선수를 쓸 수 없다는 것이다. 공격진의 파워와 골 결정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1,2진의 실력 차이가 뚜렷한 점도 고민이다.

전문가들은 상무가 젊은 패기와 군인정신으로 파란을 일으킬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상무로서는 밑져야 본전이지만 다른 팀은 상무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광주=정영재 기자
대구=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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