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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돌아오는 길은 유난히도 놀이 고왔다. 오랜만에 자매의 만남이 그토록 마음 흐뭇하게 했을까…. 늘 바쁜 일과에 쫓기면서 같은 시내에서도 좀처럼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그동안 동생네 집에 늘어난 살림살이를 대견히 살피면서 우리는 쉬지 않고 얘기했다. 무슨 얘기를 어떻게 시작했으며 끝이 맺어졌던지? 그 많은 얘기 중에서 내 마음을 이토록 행복하게 한 것은 『언니, 전에 안 서방이 나더러 큰언니 같으면 장가들지 않으려 했다지 뭐야. 이런 얘기를 형부가 듣곤 대노 하셨어! 그 사건 알아?』
아마 실리적인 제부는 건강을 두고 말했으리라. 그러나 이 말을 들은 형부는 정색으로 『언니가 어때서? 언니만큼이나 하라지! 바탕이 좋은 사람에겐 학장이 필요치 않다고』언니를 두고 언제나 말하는 형부다. 아내라기보다 누님같이 정신적인 지주로서 의지하며 인생의 반려로서 오히려 육친 같은 애정을 느끼는 아내에게 그같은 발언은 참을 수 없는 모독이었다. 아름다운 화폭을 바라보듯 동생과 언니의 따뜻한 정이 핀 두가정을 그려보면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해지는 거리를 걸어왔다. 그날 따라 친정어머니가 오셔서 한두 접시 반찬을 더 장만해서 서둘러 든 상머리에 앉아서 난 오늘 낮에 동생에게 들은 사건을 자랑삼아 아기아빠에게 늘어놓았다. 그이는 싱그레 웃으면서 『진짜, 알짜를 얻은 사람은 여기 가만있지. 』세 사위의 말을 들은 어머니는『내 사위는 모두 얼간이군.』 한종열 <서울 용산구 후암동 358의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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