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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 파동은 대 업체에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예고 없이(?) 불어닥친 유류 파동으로 타격을 받는 것은 대기업의 경우도 중소기업·일반가정과 마찬가지-.
「그룹」마다 업체의 사활이 걸린 유류 확보를 위해 중역진이 직접 정유회사나 대리점을 찾아 교섭을 벌이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 때문에 한때 판로경쟁으로 저자세에 있던 유류 업자들과 고객의 입장이 역전되는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기업들이 겪고있는 유류난을 피부로 느끼게 하는 건 우선 써늘해진 사무실온도. 작년까지만 해도 건물 안에만 들어서면「와이샤쓰」바람으로 한겨울을 지낼 수 있던 KAL·쌍용·대우「빌딩」등 재벌들의 본영에서도 올해에는「와이샤쓰」차림을 찾을 수 없다.
그러나 이런 정도는 지엽말단적인 문제. 이들이 당면한 산업용 유류난은 한층 심각하다.
대한항공의 경우 항공기운항을 위해 월 3백21만「갤런」의 휘발유가 공급되어야 하는데 11월중의 배정량은 31%가 줄어든 2백15만「갤런」뿐으로 국내 항로의 대부분을 운휴할 수밖에 없는 실정.
쌍용「시멘트」영월공장은 22일 현재 하루 분의「벙커」C유 재고밖에 남겨놓지 못하고 있는 형편.
대농은「벙커」C유 배정량이 23%정도 감소될 것으로 보고 공장의 난방용 유류 사용도 모두 연탄으로 대체하고 있으나 그보다 청주공장에 신설중인 36만추 규모의 공장에 대한 유류 확보가 더욱 암담하다고 안간힘.
대우도 기존 공장에 월40만ℓ, 신설공장에 50만ℓ의 연료확보가 필요한데 현재까지는 재고로 버티고 있으나 감량되는 경우 수출에 지장을 초래할 것을 우려.
이 같은 전반적인 유류난과는 대조적으로 신진「그룹」의 GMK는「에너지」원을 주로 전기에 의존하고있어 제품생산에 별 타격을 받지 않고 있다.
다만 유류 파동이 장기화하면 자동차판매에 지장을 주지 않을까 걱정. 업체의 덩치가 클수록 난방용 유류 공급도 큰 문제인데 남의 건물에 세 들어 있는 대농이나 신진「그룹」은 그런 걱정이 없어 우선 한시름 놓고 있다.
KAL「빌딩」에 들어있는 한진「그룹」의 경우는 건물관리를 맡은 한일개발이 석유사업부를 갖고 있어 덕을 보고 있으며, 대우「빌딩」은 유류 공급선인 세방 석유가 마침 같은 건물에 세 들어 있어 약간의 혜택(?)을 보고 있는 눈치.
이런저런 혜택을 볼 수 없는 쌍용은 자체 유류 절약에 더욱 박차를 가해 자동차 안 타기·절전·더운물 안 쓰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사원들은 「에너지」절약「리번」을 달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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