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한국문제의 토의 종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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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1일 「유엔」정치위에서 한국문제토의를 표결 없이 종결키로 한 공동성명에 모든 당사국들이 합의했다는 것은 「유엔」과 한국문제의 장래에 대해서 또 하나의 커다란 전환점이 될 것이다.
지난 20여년간에 걸친 한국과 「유엔」과의 관계는 50년대의 통한결의안의 압도적 지지→60년대의 북한에 대한 조건부 초청→70년대에 접어들면서부터 의 남북대화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한 불상정 방침 등을 관철시키는 가운데 항상 긴밀한 관계가 유지되어왔다.
이제 「유엔」정치위에서의 이번 공동성명의 채택과 더불어 「언커크」가 해체되고, 「유엔」에서의 한국문제토의가 사실상 종료케 되었지만, 결과적으로 주한「유엔」군의 계속 주둔은 확인되었다. 뿐만 아니라 세계는 「유엔」의 이름으로 7·4공동성명을 확인하고, 남북대화를 촉구하게 된 것인데 이는 곧 한국과 「유엔」의 관계가 새로운 차원에서 계속 유지될 것임을 확인한 것이다.
북한이 그들의 대「유엔」공세에서 노렸던 유일한 목적은 주한「유엔」군의 철수와 한국과 「유엔」과의 관계를 파괴하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 공동성명이 「유엔」군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강대 국가들은 물론, 「유엔」의 대다수 회원국가가 한반도의 평화와 「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주한「유엔」군의 존재의의를 인정한 결과라고도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북한당국자도 이제는 세계각국이 한국문제에 있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대결이 아닌 대화』라는 것을 깊이 깨달아야 할 것이다.
북한은 현 국제조류가 대화시대라는 것을 인식하고 군사상의 대결이나 외교상의 대결을 책동할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라도 남북대화에 좀더 큰 성의를 쏟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유엔」이 창설이래 시종일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통일을 위해 노력해 왔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유엔」으로서는 비록 지금까지와 같은 연례적인 한국문제 상정토의는 않게 되었다하더라도 계속 남북대화를 촉진하면서 「유엔」의 정신이나 원칙이 한반도에서 꼭 구현되도록 변함없는 협조가 있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언커크」가 해체케 된데 대해서 한 가닥의 서운한 감회에 빠지게된다.
그동안 「언커크」는 한국에서 「유엔」의 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장기간 온갖 노력을 다 해왔으며, 해마다 한국사태의 전반적인 상황을 「유엔」총회에 보고, 이 보고서가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유엔」결의안의 기본이 돼 왔던 점에 대해 감사를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바라는 것은 「언커크」없는 앞으로의 「유엔」과 한국과의 관계는 주한「유엔」군과 「유엔」안전보장이사회와의 관계를 통해 상대적으로 더 긴밀한 것이 되어야하겠다는 점이다.
주한「유엔」군은 본래 「유엔」안전보장 이사회의 결의에 따라 파한된 것이므로 「유엔」안보리는 앞으로 재한「유엔」군의 기능을 보다 효율적인 것으로 하기 위해 좀더 긴밀한 관계를 유지, 한반도의 안정과 영속적 평화를 위해 더욱 공헌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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