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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파동의 배경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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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세계의 석유파동은 마침내 우리 일상에까지 파문을 몰고 왔다. 「버스」의 발이 묶이는가하면 열차의 지선이 폐지되는 곳도 있다. 어느새 난방용 유류는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에너지」의 비축은 이런 조치로 과연 얼마나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리의 유류 소비구조를 보면 운수용이나, 난방용의 유류는 미미한 비율에 불과하다. 운수용 휘발유는 전체 소비량의 5·5%일 뿐이다. 난방용 「벙커」C유도 전체 유류 소비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4%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이들의 유류 절약이 에너지 절감에 기여하는 몫은 그야말로 코끼리의 「비스킷」에 비유할 수 있다. 공연히 서민만 불편을 겪는 것 같다. 문제는 산업용의 능률적인 절약에 있다. 요즘 『석유 난로 대신에 전기 난로를!』이라는 계산법은 실로 「아이러니컬」한 사고방식이다.
그러나 최근 외지에서 한 석유문제 전문가의 논문을 읽고 더 큰 「아이러니」를 발견했다. 석유파동은 그 원천부터 하나의 허구로 꾸며져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세계가 석유파동을 겪고있는 동안, 국제 석유 독점자본들은 사상최고의 이윤을 기록하고 있다. 「엑슨」 회사의 경우 43.1%, 「캘리포니아·스탠더드」는 24·2%나 증가했다. 이 들 두 회사는 「로열·더치·셸」, 「텍사코」, 「걸프」, 「모빌」, BP 등 7대 회사와 「메이저」(Major)「그룹」을 이루고, 세계의 원유생산·정제·석유제품 시장 등 의 4분의 3을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메이저 석유산업은 최근 그 독점적 지위에 있어서 급속한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바로 「배리·와이즈버그」(Barry Weisberg)는 『「에너지」 위기의 배경』이라는 논문에서 4%의 후퇴를 지적하고 있다. 지난 1963년부터 68년 사이에 「메이저·그룹」의 원유생산 점유율은 81%에서 77%로 전락했다. 한편 미국에선 독립계(Independent) 석유업자들이 급속히 대두했었다. 이들은 「메이저」에 대항해서 점차 그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독립계는 석유등의 「셀프·서비스」로 보다 값싼 석유를 지체없이 친절하게 공급하는 상술을 구사했었다. 「메이저」는 당장 위협을 느끼고 갖가지 제한 조치를 법제화했다. 독립계를 쫓아내려는 대책을 강구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 이들이 다시 고개를 들고일어나 「메이저」는 거듭 위협에 직면했다.
게다가 중동의 산유국들은 「메이저」 계의 횡포에 대항해서 정치적인 자립을 추구하기에 이르렀다. 그렇다고 「메이저」들이 미국 내에서 석유를 생산하자면 35배의 비용을 더 지불해야 한다.
이런 혼란을 살펴보면 석유는 그 자원이 고갈된 것이 아니고 다만 국제석유 독점 자본가들에 의해 파동이 일어나고 있을 뿐이다.
이들의 몸살에 우리까지 몸져 누워야하는 현실은 한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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