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임안 처리 돌파구는 정치적 재단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여야는 신민당이 내놓은 내각 총 사퇴 권고안을 놓고 아직 그 처리의 실마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신민당은 몇 가지 선례를 들면서 이번 사퇴 권고안이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않은 「국회로서의 대 행정부 종용 의사」를 표명하는 일반 의안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주장이고 공화당과 유정회는 인사에 관한 명문 규정이 있는 이상 당연히 헌법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 같은 법적 논쟁보다는 이번 문제는 정치적 측면이 강하다. 신민당은 이 안이 가결될 가망이 없는 것을 알면서 정치적 공세로 마련한 것이며 또 공화당은 이번 권고 안이 선례가 되어 권고 안 형식의 불신임 공세가 앞으로 계속 나올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퇴 권고안은 정치적 재단에 의해 처리될 수밖에 없는 것.
여당 측은 비록 발의시키지 않고 가능한 한 설득을 통한 협상으로 막힌 벽을 허물어 보겠다는 계산이나 신민당 측에 상응한 명분이나 실리를 줄 묘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공화당과 유정회는 신민당이 이번에 사퇴 권고안을 낸 것이 야당의 「이미지」를 재건하고 가능하면 실리도 얻어보겠다는 것으로 보고 계류 중인 신민당 제출 법안 중 일부 내용을 받아주는 선에서 막후 접촉을 펴고있으나 김대중씨 사건이나 그 종결 조치에 관련한 것을 내놓지 않고서는 신민당과 얘기가 통하지 않을 분위기다.
따라서 여당 측은 해결의 마지막 방안으로 비록 선례가 될지언정 과거 국회보다 수적으로 월등한 입장에 있는 만큼 일단 발의시킨 후 법사위에서 폐기하는 방법을 택할 가능성도 있다.
과거 선례로는 6대 국회에서 야당이 대통령에 대한 하야 권고 결의안(66년)과 경고 결의안을(66년) 제출했었고 7대와 8대 국회에선 국회 의장 사퇴 권고 결의안(67, 68, 69년) 을 다루었던 일이 있다.
여당 측이 이번에 발의조차 안 시킬 경우, 신민당은 다음 각계의 공세를 취할 태세여서 정국의 기류는 더욱 굳어질 것 같다. <허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