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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통령의 말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닉슨」은 이제 사임이냐 탄핵이냐의 갈림길에 놓여 있는 것 같다. 「스타크」의원은 「닉슨」이 친위 「쿠데타」라도 일으킬지 모르겠다고 말했지만 설마 하는 생각이 든다.
물러난 다음에 별로 할 일도 없는 「닉슨」 자신도 사임할 생각이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자서전적 저서 『6개의 위기』를 통해서도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그는 억세게 가혹한 운명을 끈질긴 의지와 직무에 대한 열성만으로 극복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기야 13대 대통령이던「밀러드·필모」와 23대의 「벤저민·해리슨」도 백악관을 중도에 물러난 후에 결혼했던 전례가 없지 않다.
그렇다고 대통령의 미련을 버린 것은 아니다. 「해리슨」은 재선의 꿈이 사라지자 「버펄로」 대학의 초대 총장이 되었다.
초대의 「조지·워싱턴」은 곧 시골 농원에 돌아가서 살았다. 「제퍼슨」은 「버지니아」 대학을 창설하고 그 초대 총장이 되었다. 그의 후계자인 4대의 「제임즈·매디슨」도 동 대학의 2대 총장이 되었다.
한편 27대의 「월리엄·하워드·태프트」는 「예일」 대학의 법학 교수가 되었다.
그 후 「하딩」이 대통령에 의해 대법원장이 되었다.
8대의 「밴·뷰런」은 임기가 끝난 다음에 두 차례나 선거전에 끼어 들었는데 끝내 실패하고 말았다.
18대의 「그란트」는 2년 동안 「유럽」으로 유람여행을 한 끝에 돌아와서 「브로커」 업자가 되었다. 그리고 「마크·트웨인」의 도움을 받아가며 틈틈이 써나가던 회고록을 죽기 4일전에 완성시켰다.
또한 직업을 갖게 된 사람으로는 19대의 「헤이즈」가 있다. 그는 전국 감옥 협회장이 되었다. 또한 30대의 「캘빈·쿨리지」는 생명보험 회사에서 일하고 「칼럼니스트」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역사를 크게 움직인 대통령 가운데는 유유히 저술에만 몰두한 사람들이 많다.
2대의 「존·애덤즈」가 그랬고, 7대의 「앤드루·잭슨」이 그랬다. 23대의 「벤저민·해리슨」이 쓴 <이 우리의 조국>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근래에는 「트루먼」이나 「아이젠하워」가 모두 조용히 시골에서 회고록들을 써 나갔다.
이렇게 보면 미국에서는 대통령이라고 별다른 특혜를 받는 것은 없는가 보다.
어떻게 여생을 보내느냐는 것도 각자의 품성이나 자질에 따라 달라지는 모양이다. 「닉슨」이 만약에 백악관을 물러난다면 뭣을 할 수 있겠는지? 그의 사임은 아직은 속단일는지도 모른다. 오랫동안 그를 지지해오던 「칼럼니스트」 「올섭」까지도 그의 사임을 권하고있다. 그것이 탄핵 당하는 것 보다 몇 곱 나라를 위해 좋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기 도중에 사임한 유일한 대통령이 될지도 모른다는 충격으로 「닉슨」에게는 내일을 생각할 여유가 전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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