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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음악제를 보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민족 예술 음악의 중흥을 다짐하는 서울 음악제도 금년들어 다섯 번째가 된다.
한국 음악 협회가 주최하는 단체 행사이긴 하나 범 음악적인 제전으로서 정착해 가는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창작 계의 부진을 극복하고 세계로 향한 한국 음악이란 참여와 기어의 전환기를 마련코자 벌인 창작 운동의 일환이기도 하지만 자비 아니면 발표할 수 없었던 여건에서 오직 자비가 아닌 국내 유일한 작품 발표의 기회인 동시에 선정이란 과정에서 질적 향상을 꾀하고 있다는데도 그 성과는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작곡 계의 관심은 몰론 작가들의 의욕을 돋우어 해마다 열도가 높아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기구 운영에 합리적인 재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물론이다. 이를테면 이 음악제가 악단의 행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민족의 제전으로서 번지기 위해서는 선전과 계몽, 작품과 대중과의 접근 모색, 작품 심사의 엄정 신중성이 따라야하고 작품의 출판·해외 소개 등 사후처리도 필연적으로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이 음악제의 권위 정립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다.
이번 연3일에 걸쳐 발표된 작품은 「오페라」분야가 빠진 채 가곡이 8곡, 합창이 4곡, 실내악이 7곡, 관현악이 4곡 등 모두 23편이었다. 신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모 작품과 기성을 대상으로 하는 위촉 작품, 그리고 재 연주되는 선정 작품 등으로 구분되는 이번 작품들을 분야별로 본다면 관현악과 가곡이 비교적 국내수준을 상회하는 우수 작들인데 비해 합창과 실내악이 범 작에 머무른 느낌이다. 그리고 신인들의 작품에서는 의욕과 욕구 의식이 강한데 비해 구성과 기교의 미숙을, 그리고 기성작가들의 작품에서는 익숙한 기교력에도 불구하고 참신한 악상의 결핍을 볼 수가 있었다.
그러나 국수를 고집하라는 말은 있을 수 없지만 이번 작품들의 소재나 경향이 한국적인 정조 위에 민속성이 강렬하게 풍긴다는 데서 주체적인 작품 의식이 두드러진다는 특징도 인정할 수가 있었다.
가곡은 「청산별곡」 「금잔디」(이상 김진균 곡) 「승무」(김용호) 등 민속조의 정서 위에 정확한 억양과 발음을 살린 작품도 있긴 하나 거의가 시성을 도외시하고 있고 합창은 합창이란 범주와 본질을 떠난 무리한 구성이 대부분이었다.
관현악 작품에서 「관현악을 위한 변용Ⅱ」(이수철)의 정적인 동양적 기조와 음양의 대비 성을 살린 작품성, 「마지굿」(이종구)의 원시적 음향의 「리얼리즘」을 추구한 긴장감의 작품성은 이번 음악제의 큰 수확이라고 할 수 있다.
실내악 작품에서 「아홉 악기를 위한 위상」(이연국)의 국악기와 양악기의 접근 시도, 「현악4중주」(김청묵)의 착실한 구성, 「두개의 오보에와 오블리가토를 위한 음악」(김정길)의 구체음과 전통 악기와의 「콘트라스트」 등 새로운 착상은 있으나 대체로 실내악 작품들은 저조를 면치 못했다. <김형주(음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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