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진보대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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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인쇄물은 일본의 백만탑 다라니경으로 되어 있다. 770년에 나온 것이다.
이것이 활자판인지, 정판인지, 또는 목판인지, 금속판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구구하다.
기록에 의하면 이 경전은 수만 장씩 인쇄되었다고 한다. 목판으로는 그렇게 많이 찍어 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동사판임에 틀림없다는 설이 여러 해에 걸쳐 유력했다. 이미 그때부터 동판이 있었다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하는 듯 했다.
그러나 최근에 이르러 목판으로도 10만장 이상을 인쇄할 수 있다는 것이 실험에 의해 밝혀졌다. 이리하여 요새는 다시 목판설이 유력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새로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 인쇄본이라는 『고문진보대전』이 발견되어 화제거리가 되고 있다.
「파리」국립도서관에서 공개된 1377년 때의 『직지심체요절』이 최고의 금속활자 인쇄본이라 하여 학계가 떠들썩했던 것도 지난해의 일이다. 물론 그것이 금속활자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이견을 내세운 학자도 있었다.
그런지 몇달 후에 새로 「청량탑 순종심요법문』이 발견되었다. 이것은 금속활자 인쇄물에 틀림없고 또 1297년에서 98년 사이에 인쇄된 게 틀림없다고 일부 학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파리」도서관의 『직지심체요절』만 해도 아직은 세계적인 공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기록에는 『상정고금례문』 이라는 것이 있다. 1234년에 인쇄된 금속활자본이라는 것이다. 새로 발견된 『고문진보대전』은 이보다도 70년이나 앞지른 것이라고 여겨지고 있다.
사실이었으면 좋겠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 인쇄물이 우리 나라에 있다는 것은 지극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보도에 의하면 1년이 걸린 감정과 분석 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한다. 다만 『고문진보대전』이 고려중기에 나온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더라도 그것이 꼭 금속활자에 의한 것이냐 하는 데에는 아직 의문의 여지는 있을 듯하다.
중국에서의 가장 오랜 활판인쇄는 11세기에 필승이 만들어 낸 것으로 되어 있다. 그는 활자의 재료로 교니라는 점토를 썼다.
최고의 인쇄물로 남아 있는 것도 1494년의 『금수만화곡』정도이다. 그것도 목판인쇄에 지나지 않는다.
금속활자가 널리 이용된 것은 일본에서도 1869년 이후의 일이다. 그 이전까지는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목판이었다.
『고문진보대전』은 정말로 『직지심체요절』『심요법문』 『상정고금례문』 등과 함께 금속활자에 의한 인쇄물임에 틀림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12세기부터 금속활자를 널리 썼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면 왜 활자인쇄에서 활판으로 더한 층의 발달을 보지 못했는지. 왜 그후 이조 말에 이르기까지 목판인쇄로 되돌아갔는지? 이런 것도 우리가 아울러 풀어야 할 중요한 문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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