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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이 문제] 아산농협종합유통센터 신축 싸고 천안-아산 신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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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측이 아산 신도시에 농산물종합유통센터를 건립한다고 밝히자 천안시의회에서는 지역 농업의 판로 봉쇄에 따른 실업 양산 등의 이유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사진은 종합유통센터에 설치될 아산 로컬푸드 직판장. [사진 아산원예농협]

농협중앙회가 아산신도시 내에 아산농산물 종합유통센터 건립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아산시의회는 찬성, 천안시의회는 반대하며 대립하고 있다. 그동안 KTX천안아산역사 명칭과 택시영업구역 갈등을 놓고 오랜 기간 맞서온 천안시와 아산시가 이번에는 농산물 종합유통센터를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 아산시와 천안시의 양측 입장을 들어봤다.

농협중앙회는 아산 신도시(배방읍 소재)에 1495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농산물 종합유통센터(건축면적 2만2440㎡)를 지을 계획이다. 농산물유통센터로는 전국 최대 규모다. 이곳에는 집배송장, 소매, 부대시설과 대형주차장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그동안 농협 측은 LH측과 부지선정 등에 대한 협의를 벌여왔다. 협의 과정에서 LH의 아산신도시 탕정지구 개발축소계획이 발표됐고 당초 선정됐던 부지가 취소되면서 그동안 후보지 선정을 위해 부지매입가, 건물배치, 교통계획, 지반공사 등에 대해 LH와 재차 협의를 진행했다.

지난해 11월 KTX 천안아산역 인근에 부지를 선정한 농협 측은 아산시, LH측과 다음달 아산시 건립협약 체결과 6월 지구단위 계획승인을 추진 후 8월쯤 부지매입을 확정해 2016년 2월 센터를 완공할 계획이다.

농협 측은 사전 협약 등을 통해 지역 단위농협과의 공동투자, 관내농산물 우선구매, 로컬푸드 직매장 설치 등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 중앙회와 단위농협의 상생발전 방향도 함께 모색하고 있다.

‘지역 소비자들에게 구매확대 기회 제공’

유통센터 건립을 두고 아산시는 아직까지 공식적인 입장은 밝히지 않았지만 아산시의회와 지역 주민들은 대체로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산시의회는 지난해 12월 30일 성명서를 통해 “아산시는 인구 30만명의 도·농 복합도시로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고 있으며 농업에 종사하는 지역 주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이 외부로 반출된 후 다시 지역으로 다시 유입되는 불합리한 유통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농산물유통센터 건립 촉구 이유를 밝혔다.

아산시의회는 또 “농산물유통센터를 이용해 지역농업인과 소비자에게 많은 혜택이 있다면 건립에 적극 찬성해야 하며 소수 이기적인 주장에 편승해 무조건적인 반대는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의회는 이어 “농산물유통센터 건립에 대해 큰 틀에서 넓은 관점으로 차분하게 생각해봐야 한다”며 “농산물 종합유통센터가 건립 시 인근 농업인의 안정적 판로기반 확충, 유통비용 감소 소비자가격 인하, 유통기간 단축으로 안전하고 신선한 농식품 공급 등 무한한 부가가치 창출과 도시성장의 기반을 구축하는 계기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밝혔다.

 아산시의회 김응규 의장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포함한 대다수 시민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농산물유통센터 건립을 적극 찬성해야 한다”며 “농업인의 판로기반 확충, 유통비용 감소로 소비자 가격 인하, 신선한 농식품 공급, 일자리 창출 등 생산자와 소비자를 포함한 대다수 시민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같은 달 24일 안장헌 아산시의원은 “2007년부터 계획된 종합유통센터 건립반대는 가뜩이나 규모가 축소된 아산신도시를 두 번 죽이는 꼴”이라며 “천안시의회의 반대는 도서관과 문화 복지시설의 늑장추진으로 불편을 겪고 있는 신도시 주민에게 비수를 꽂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안 의원은 또 “아산과 천안은 하나의 경제권으로 통합되고 있고 아산시민이 연간 5619억원을 천안에서 소비하고 있다”며 “지역자본 역외 유출논리는 아산시민의 천안의 백화점이나 영화관, 종합병원을 이용하지 말아야 하는 논리와 다를 바 없다”고 밝혔다.

"농산물 집하장 기능 없어 문제”

반면 천안시의회는 농협의 유통센터가 들어서면 재래시장과 동네상권 붕괴, 지역자본 역외유출, 지역생산자 판로봉쇄에 따른 실업 양산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천안시의회와 지역 재래시장 상인회, 농·축협 조합은 지난 7일 천안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협중앙회와 LH가 대형마트가 밀집한 천안지역 바로 코앞에 추진하고 있는 대형마트를 겸비한 대규모 ‘종합유통센터’ 신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어 “천안시에는 이미 12개의 대형마트가 입점해 있어 공급이 초과 사태”라며 “천안축협축산물 유통센터도 곧 준공할 예정이어서 농협중앙회의 대규모유통센터 신축은 골목상권을 초토화시키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참가자들은 “이번에 추진하는 대규모유통센터는 서울가락시장과 같이 농산물의 판로를 확보하는 집하장의 기능을 뺀 단순한 대형마트 기능만 갖고 있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며 “이는 지역의 부를 고갈시키고 지역 생산자와 농업인의 판로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유제국 천안시의원은 “농협중앙회 대규모유통센터 건립은 단순히 대형마트만 하나 추가하고 오히려 농산물 가격하락으로 지역 유통질서를 파괴하는데 일조할 것”이라며 “이제는 천안에 포화상태인 대형마트 확산을 막고 중소상인과 골목상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의원은 또 “공기업인 LH가 공사 소유의 부지를 농협중앙회에 매각해 소위 땅장사를 하려고 하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며 “농협중앙회와 농림축산식품부는 지역경제와 유통산업의 근간을 흔들고 있는 대규모유통센터의 무리한 신축을 철회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천안지역 남산중앙시장과 천안시장 등 천안의 7개 재래시장 회장과 천안과 아산지역 농·축협 조합장들은 지역 상권 붕괴 등을 이유로 탄원서를 농협중앙회에 제출했다.

천안시의회도 지난 20일 농협중앙회의 종합유통센터 건립 중단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채택한 데 이어 9명의 시의원들이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13일부터 3월 31일까지 활동에 들어가기로 했다.

조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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