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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꾸중듣고 가출한 어린 형제 모닥불 피워놓고 자다 사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18일 상오4시쯤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286앞 길 아래 하수도(직경1m·길이20m속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가마니를 깔고 새우잠을 자던 송영숙씨(49·여·서대문구 홍은3동 산1 20통7반)의 3남 김경선군(14)과 4남 경호군(10)이 가마니에 불이 붙어 동생은 불타 숨지고 형은 얼굴·목 등에 중화상을 입었다.
잠결에 불이나 동생이 타죽고 자신도 화상을 입은 경선군은 하수도를 빠져 나와 홍제천 개울가에 쓰러져 신음하고 있는 것을 행인들이 발견, 이날 하오l시쯤 적십자병원으로 옮겨 응급치료만 받았다.
경선군 형제는 지난16일 상오 집에서 어머니로부터 막내동생 경팔군(5)을 돌보지 않는다고 심한 꾸중을 듣고 집을 뛰쳐나왔다.
경선군에 따르면 집을 나와 이날 하오 홍제시장 근처에서 동생과 함께 종이를 주워 판돈 30원으로 빵2개를 사서 나눠먹고 허기를 채웠으나 날이 어두워 삼각산꼭대기에 있는 집으로 돌아갈 수 없어 하수도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이들 형제는 이튿날 17일도 어머니에게 꾸중을 들을 것을 염려, 집에 가지 못하고 문화촌「아파트」근처에서 가마니조각과 나무토막을 주워와 하수도 속에서 모닥불을 피어놓고 잠을 자다 변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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