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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충청도편|조은호 여사 <이화여고 교사 김원경씨 부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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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충청도 사람들은 음식에 유난히 신경을 쓰거나 음식치장을 하지는 않는다. 또한 북도와 남도의 중간에 위치해 있으므로 음식 맛도 짜거나 맵거나, 혹은 심심하거나 하는 등의 특색을 지니고 있지 않다. 그저 조촐하고 담담하게 음식을 마련하면서 한편으로 마른 해산물과 장아찌 등의 저장 식품 준비에 부지런한 것이 지방 주부들의 특징이다. 같은 충청도라 해도 한쪽이 바다에 접해 있는 충청남도와 산으로만 둘러싸인 충청북도 사이에는 재료의 선택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
공주가 고향인 조은호 여사 (이화여고 교사 김원경씨 부인)에게서 충청도 음식 만드는 법을 들어본다.

<담북장>
「퉁퉁장」이라고도 부르는 이 담북장은 가을·겨울 무렵의 대표적인 별미다. 냄새가 진해서 싫어하는 사람도 많지만 보통 한두번 먹고 나면 맛을 들이게 된다.
담북장은 푹 삶아낸 노란 메주콩을 시루에 짚을 깔고 건져 담아서 온돌 아랫목에 묻어 2, 3일쯤 띄워야 한다. 이때 냄새가 심하게 나는데 「비닐」로 시루를 단단히 싸서 묻으면 어느 정도 냄새를 줄일 수 있다.
2, 3일 후 열어보면 끈적끈적한 진이 나오게 된다. 이것을 절구에 고춧가루·소금·생강·마늘을 섞어 함께 찧어서 항아리에 다독다독 눌러 담아 두고 먹는다. 찌개는 김치·두부·고기 등을 넣고 약간 되직하게 끓이는데 작은 알뚝배기에 담아 한사람에 한 그릇씩 내놓는다.

<상어찜>
쌀쌀한 바람이 불 때 좋은 술안주감이 된다. 상어를 더운물을 부으며 솔로 박박 문질러 닦으면 뽀얗게 되는데 이것을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찜통에 가지런히 담고 노른자로 지져낸 계란지단·잣가루·실고추를 위에 보기 좋게 얹고 푹 쪄낸다. 너무 뜨거울 때 만지면 부서지기 쉬우므로 한소끔 김이 나가고 따끈할 때 접시에 넣어낸다.
초장·초고추장을 곁들여 식성에 따라 찍어 먹도록 한다.

<가지 김치>
가을이 되면 가지는 단맛이 나게 된다.
가지를 통째로 살짝 데쳐 하루쯤 볕에 말린 후 오이소박이처럼 칼집을 내고 파·마늘·실고추 등 양념을 끼워 익힌다. 국물은 진간장을 부어 하루만 익히면 맛이 든다.
겨울까지 두고 먹을 것은 새우젓을 조금 넣고 국물을 따라내어 두세번 끓여 부으면 된다.

<감·묵·두부장아찌>
깻잎·무말랭이·고추잎·묵·두부 등 충청도에서는 알뜰한 밑반찬 준비에 특히 신경을 쓰는데 그중 독특한 것으로는 감·묵·두부 장아찌를 들 수 있다.
감 장아찌는 요즘 빨갛게 익은 막막한 감을 마른행주로 닦아 고추장에 박아두었다가 겨울에 꺼내 먹는다. 납작납작하게 썰어 참기름·깨소금·설탕을 넣고 무치면 맛있다.
묵 장아찌는 묵을 「가제」로 싸서 간장에 넣었다가 그때그때 썰어 먹는다. 짭짤하고 쫄깃쫄깃한 별미이다.
두부장아찌는 기름에 노릇노릇 지져낸 두부를 차곡차곡 담고 간장을 부어두었다 먹는다. 참기름·파·마늘·설탕으로 무치면 맛이 있다.

<들깨 튀김>
여물지 않은 들깨 열매·들깻잎을 따서 소금을 조금 넣고 끓인 찹쌀가루 풀을 발라 말려두었다가 기름에 튀겨 먹는다. 풋고추·김도 같은 방법으로 말려두는데 습기찬 곳만 피해주면 1년 이상 두어도 강하지 않는다.

<굴 냉국>
서산 쪽의 바다가 가까운 곳에서 즐겨 먹는 냉국이다. 파·마늘·깨소금·진간장으로 생굴을 무친 후 동치미 국물을 부으면 시원한 냉국이 되는데 보통 찰밥과 함께 먹고 감기가 나간다고 해서 감기 들었을 때 먹기도 한다. <장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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