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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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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아랍」과 「이스라엘」의 증오심-, 그것은 끝없는 비극을 연출하고 있다. 지난 67년6월, 이른바 『6일 전쟁』이 끝이 났을 때, 누구도 기뻐하지 않았었다. 평화를 노래하며 깃발을 흔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것은 「이스라엘」의 승리도 「아랍」의 패배도 아닌. 또 하나의 전쟁을 시작해야 하는 의미밖엔 없었다.
그때 「아랍」 연합의 대통령이던 고 「나세르」는 이렇게 외쳤었다. 『중동의 위기는 그 뿌리가 「이스라엘」의 존재에 있다』. 이 말은 어느 한편이 「소멸」되지 않는 한, 전쟁은 끝이 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처럼 비참하고 절망적인 비극이 또 있겠는가.
지금의 「이스라엘」인은 고대엔 「헤브라이」인이라고 불렀다. 구약성서를 보면 그들은 「아브라함」의 자손들이다. 기원전 2천년쯤에 이들 「헤브라이」인은 「메소포타미아」 지방에서 「팔레스타인」 지방으로 이주했다. 그 후 「대 기근」을 만나 「이집트」로 옮겨갔다.「이집트」인들은 이때부터 이들을 노예로 부리며 박해했다. 그때「모세」가 나타나 노예생활을 하던 「헤브라이」인들을 이끌고 「이집트」를 탈출했다. 그래서 40년 동안을 황야에서 방랑했다.
기원70년 「예루살렘」은 「로마」인에게 점령, 파괴되었다. 「이스라엘」은 또다시 그곳에서 쫓겨나 유랑했다. 그런 생활을 2천년이나 계속해 왔다. 이것이 『수난의 나라』「이스라엘」의 역사이다.
2차 대전이 끝나자, 『조부의 땅』에 돌아가기를 비원하는「유대」인들은 황야에 울타리를 치고 독립을 선언했다. 『「이스라엘」의 땅, 그것은 「유대」민족의 발상지였다 (중략). 이 땅에 그들은 민족적이며 보편적인 문화의 재산을 창조하고, 전 세계를 향해 책 중의 책인 성서를 냈다. 「유대」 민족은 무력에 의해 자기의 땅에서 쫓겨났지만, 이 향에 흩어져 살면서도 고국에의 사모의 정을 끝없이 불태우면서…』 독립 선언문은 이처럼 비장하게 서술되어있다.
그러나 「아랍」은 그들대로 뼈에 사무치는 증오가 있다. 하루아침에 「팔레스타인」인들은 영토를 빼앗기고, 그들의 땅위엔 이상한 「이스라엘」인의 깃발이 나부꼈다. 회교를 믿는 그들은 「유대」교를 믿는 「이스라엘」인에 의해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되었다. 그곳은 곧 숙명적인 종교 전쟁의 성격마저 띠게 되었다. 정치적 신념이나 이념과는 또 다른, 운명적인 증오이며 대결이 되어버렸다.
따라서 「이스라엘」 공화국이 탄생된 이래 48∼49년의 「팔레스타인」전쟁과 함께 중동에는 하루도 「평화의 날」이 없었다. 여기에 동서 강대국의 이해마저 겹쳐 그들의 관계는 더욱 악화되었다.
또다시 시작된 중간의 전면전은 국부적인 원인이나 승패에만 집착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문제 해결의 열쇠는 동서 강대국들의 손에 쥐어져 있다. 세계인은 모두 그들의 역사적인 맥동에 깊은 동정을 갖고 화해와 공존의 분위기를 마련하는데 성의를 보여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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