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든」의 10월 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파시즘」의 폭력에 대한 공포를 「유럽」인들이 느끼기 시작한 1937년 여름, 「마드리드」에서 세계 작가 회의가 열렸다. 그러나 동회의의 참석자들의 화살은「파시즘」에 대해서가 아니라, 주로 「앙드레·지드」에 향하고 있었다. 때마침 「지드」가 『소련 기행』을 발표한 직후였다.
「지드」비판자들은 이 책의 내용이 허위에 찼다는 뜻에서가 아니라, 소련의 적들을 이롭게 만들었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들은 사람들의 모든 견해는 계급적 이해 관계를 반영하고 있으며, 「객관적」진실이란 있을 수 없다면서「지드」를 비판하기도 했다. 목적은 허위를 정당화시킨다고 비치기까지 했다.
「파시즘」과 공산주의, 그 중의 어느 편을 들어야 할지 모두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스티븐·스펜더」도 그 중의 한사람이었다.
이때 영국의 시인 「오든」은 『정치적으로 아무리 불가피한 일이라 하더라도 허위가 아무것도 정당화 시킬 수는 없다』고 「스펜더」에게 말했다.
「오든」에 관한 「스펜더」의 평론 속의 한 대목이다. 그 후 「오든」은 「스페인」전쟁 때 간호병이 되어 참전했다. 물론 공화 정부 쪽이었다. 이때 그는 이런 시를 남겼다. 『…오늘은 죽음의 기회가 어쩔 수 없이 늘고.
살인의 죄악을 의식적으로 용인하고 오늘은 얄팍한 쓸모 없는「팸플릿」과 따분한 회합에 정력을 쏟고….』 그러면서도 그는 꿈을 잃지 않았다. 『우리들의 잠에도 가시 철망이 둘려 있다』면서도 『스스로의 도시를 기다리고 있는「아담」』에 대한 희망은 잃지 않았다.
그런 「오든」이 지난 28일에 죽었다는 소식이 날아 들어왔다. 「칠레」에서 「네루다」가 알쏭달쏭한 죽음을 당했다는 소식이 있은 지 불과 며칠 후의 일이다.
역시 10월은 조락의 달인 모양이다.
『장미 피우던 곳에 바람이 불고, 향기로운 물이 나던 곳에 차가운 비가 내린다…』이렇게 노래하던 「딜런·토머스」는 30세의 생일을 맞는 10월의 어느 날 비를 맞으며 어린 시절의 봄과 여름의 따스한 햇빛을 그리워하는 시를 남기기도 했다.
내일이면 투명한 공기 속에서 나직이 뿜어내는 숨이 하얀 동그라미를 그려가며 사라질 것이다.
그런 때면 또 누군가가 수북이 쌓인 낙엽을 밟으며 사라질 것이다. 가슴에 시를 안고…
왜 그렇게도 여름은 매정하게도 빨리 지나가 버렸는가고 노인들은 하늘을 쳐다보며 중얼거릴 것이다.
아직은 겨울은 잠들고 있다. 그러나 당장에라도 잠에서 깨어날 것 만 같은 두려움에 사람들은 숨죽여 가며 포도를 걷는다. 자꾸만 식어 가는 지열 속에서, 그나마 가슴의 따스함이라도 잃지 않으려고 허리를 움츠리면서 사람들은 숨죽여 가며 포도 위를 걷는다. 그런 10월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