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정치 탈피" 민주당 달라지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통렬하고 담대한 변화’.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신년 메시지다. 그는 지난 3일 “통렬하고 담대한 변화를 두려움 없이 감당해 이기는 민주당을 향해 뚜벅뚜벅 전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해 들어 첫 회의이자 대표 취임 후 100번째 맞는 최고위원회의에서였다. 김 대표의 한 측근은 “담대한 변화의 중요한 축은 당의 혁신, 즉 계파정치 탈피”라고 말했다.

 지난해 민주당에선 당 지도부와 다른 목소리가 수시로 터져 나왔다. 특히 강경파로 불리는 의원들의 강성 투쟁론과 일부 의원의 대선불복성 발언들이 겹쳐지면서 당의 지지율은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최근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8.9%(SBS), 9.4%(서울신문)로 하락한 반면 안철수 신당은 26~27%의 지지를 받고 있다. 당권을 가진 대표에게 힘이 실리지 않고, 의원들은 툭툭 튀어나와 자기 정치를 하다 사고를 치고, 결국 당의 지지율은 하락하는 악순환의 근본 원인이 ‘계파정치’에 있다는 게 김 대표 측의 시각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12월 17일 “정기국회가 끝나면 계파주의 숙제를 풀겠다. 민주당은 그걸 넘어서야 미래가 있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그동안 “127명 의원이 있는데 다른 의견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며 공식 문제제기를 꺼려온 것과는 달라진 분위기였다.

지난 3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회에 참석한 것도 당내 반대를 무릅쓴 결과였다. 당내에선 “최근 10년 넘게 야당 지도부가 청와대 신년회에 참석한 적이 없다”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김 대표는 “국민에 대한 예의라 생각하고 참석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당내 주류이자 최대 계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친노계 문재인 의원의 탈(脫)계파 선언도 주목된다. 문 의원은 지난 2일 중앙일보와의 심야 인터뷰에서 “지난 대선 때 나는 민주당의 후보였고, 동시에 국민연대의 후보이기도 했다”며 “나 문재인은 결코 친노의 대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현 상황을 “분명한 위기”라고 진단하면서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철수 신당이란 외환(外患)을 마주친 민주당 주류·비주류 모두 계파 갈등이란 내우(內憂)부터 치유하러 나선 양상이다.

 변화의 조짐은 정책분야에서도 엿보이고 있다. 정부·여당의 정책이라면 무조건 반대하는 야당이 아닌 국정 파트너로서의 모습을 내비친 것이다. 민주당은 6일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 대해서도 대북 정책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병석 의원은 “통일 문제에 전향적 자세를 보인 것을 환영한다”며 “이산가족 상봉은 이념을 떠나 인륜의 문제다. 북측도 즉각 조건 없이 수용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김한길 대표도 “민주당은 외교·안보 및 평화통일 문제만큼은 여야를 떠나 언제든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었다.

그는 청와대 신년회에서 “경제는 경제민주화를 통한 경제 활성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경제민주화와 활성화를 함께 언급한 데 이어, 6일에는 여당 지도부와 나란히 ‘2014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민생과 경제 살리기에 한목소리를 냈다. 김관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안보에 있어서 종북 프레임을 극복하고, 경제인들과 경제성장을 논의하는 등 지금까지 금단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화두도 과감하게 던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전략파트를 담당하는 한 민주당 관계자는 “더 이상 집토끼(진보진영), 산토끼(중도·보수진영) 구도에 갇혀선 지방선거에서 자칫 제1야당의 입지마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념과 정체성 구도에서 벗어나 중도와 중산층, 대도시 거주 서민층, 30~40대를 끌어안지 않고는 선거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먹고사는 문제를 정치의 중심에 두고 국민 눈높이, 국민 상식에 맞는 정치로 변하는 몸부림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다만 당내에선 이러한 시도를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3월이면 원내대표 선거가 수면으로 떠오를 거고, 6월 지방선거 결과가 좋지 않다면 그 이후에는 선거 결과를 가지고 지도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고 예상했다.

이소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