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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자들로 꾸린 로드먼 방북 농구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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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전 미국 프로농구(NBA) 선수 데니스 로드먼과 시범경기에 참가할 농구 선수들이 6일 평양에서 공식 만찬 참석 후 호텔로 돌아오고 있다. 왼쪽부터 케니 앤더슨, 빈 베이커, 슬리피 플로이드, 크레이그 하치스, 클리프 로빈슨, 로드먼. 아래 사진은 김정은과 로드먼의 얼굴을 새긴 북한산 기념 보드카. [평양 AP=뉴시스]

데니스 로드먼(53)이 자신의 농구팀을 이끌고 6일 평양에 도착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생일로 알려진 8일 북한과 친선 농구대회를 열겠다는 계획이다. 미국 각계의 비난 여론에도 로드먼이 네 번째 북한행을 강행한 이유에 대해 AP통신은 “그에게 명성과 돈을 안겨주기 때문”이라며 “이번 방북팀의 특징은 아주 좋게 말해 다채로운 과거와 위태로운 재정 상태”라고 전했다.

 로드먼과 그와 동행한 전 NBA 선수 8명의 재정 상태는 좋은 편이 아니다. 로드먼은 2000년 은퇴 후 재산을 탕진하고 파산 직전까지 갔다. 이런 사정은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로드먼과 동행한 케니 앤더슨(44)도 NBA에서 활약하며 선수 시절 6500만 달러(약 700억원)를 벌었던 스타였지만 현재 파산 상태다. 2011년 고등학교 농구팀 감독으로 일자리를 잡아 재기를 노렸지만 지난해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돼 쫓겨났다.

 피닉스 선스 등에서 뛴 클리프 로빈슨(48)도 최근 파산 신청을 냈다. 그는 선수 시절부터 약물 사용으로 인한 출전정지를 당하는 등 순탄치 않은 생활을 해왔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미국팀 우승의 일등 공신이었던 빈 베이커(43)는 NBA 시절 1억 달러를 벌었지만 운영하던 식당이 부도나며 모두 날렸다. 알코올 중독으로 2006년 은퇴한 더그 크리스티(43)는 부인 재키가 ‘농구선수의 부인들’이라는 TV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화제가 된 인물이다. 일행 중 슬리피 플로이드(54)만이 목사가 돼 비교적 정상적인 생활을 한다.

 앞서 로드먼의 방북을 기획한 도박업체 패디파워도 발을 뺐기 때문에 이들의 방북 비용은 전적으로 북한에서 나온다. 재정난의 로드먼과 동료들은 상당한 금전적 보상을 받고 방북했을 것으로 AP통신은 추정했다. 로드먼의 평양 방문은 북한올림픽위원회에서 관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엘리엇 앵글(뉴욕·민주당) 연방 하원의원은 로드먼이 출발하기 전 탈북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아돌프 히틀러와 점심을 먹는 것과 같다”며 방북 중단을 호소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데이비드 스턴 미국 프로농구(NBA) 총재는 “로드먼의 방북은 NBA와 무관하다”며 “스포츠는 많은 경우 문화 장벽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이번은 그런 사례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전영선 기자

네 번째 방문 NBA 출신 8명 동행
케니 앤더슨, 빈 베이커 빈털터리
"욕 먹어도 돈 안겨주니 가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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