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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칙 자유학습이 빚은 참사|마장초등학교 어린이 매몰사건의 원인과 교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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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경기도 수원 마장초등학교의「자유학습시간」어린이 노역참사는 자유학습시간의 운영방식, 그리고 지도방법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드러나게 했다.

<교사들 창의력 부족>
문교부가 지난해 11월 1일부터 주1회씩 실시케 한 자유학습은 대부분의 학교에서 시설미비, 자료와 경비부족, 교사들의 창의력 부족으로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학교측은 으레 학생들에게 작업도구를 가져오도록 해서 학교환경미화작업 등 무리한 일을 시키는 것이 관례가 돼버렸다.
23명의 사상자를 낸 마장초등학교의 참사도 이 같은 변칙자유학습이 빛은 어처구니없는 참사였다.
학교측은 흙을 파내 나르는 학생들에게 한번 나를 때마다 팔목에 도장을 찍어주고 꾸물거리거나 게으름을 피우는 학생에게는 토끼뜀을 시켜가면서 일을 시켰다.

<꾸물거리면 토끼뜀>
마장초등학교는 이날 토요일을 맞아 4, 5, 6학년은 자유학습을, 저학년인 1, 2, 3학년은 매주 수요일이 자유학습의 날로 정해져있어 이날은 정상수업을 하고 있었다.
4∼6년 12학급 7백50명의 학생들은 첫째 시간과 둘째 시간은 운동장에서 태권도연습을 했다. 셋째시간부터 작업이 시작됐다.
작업은 당초 11시30분까지로 하고 학생들 가운데 2백50여명의 여학생들은 세숫대야와 그릇으로 흙을 나르기로 했다.
사고현장의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총감독인 김팔복 교장(56)은 운동장에 있었고 현장에는 4년2반 담임 윤원영 여교사(21)와 4년4반 담임 조병임 여교사(20)가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이 작업은 철저한 사전계획이 없었고 교사들의 지도도 위험성을 예측 못할 만큼 허술했다.
어린이들은 흙 파내기가 재미있는 듯「터널」모양으로 마구 파 들어갔으나 옆에 서있던 교사들은 작업에 경험이 없는 여선생들로 흙이 무너져 내리리라는 것을 판단하지 못했다.
문교부는 자유학습의 날을 실시하면서 철저한 사전계획과 지도를 첫째 지침으로 시달했었다. 이에 따라 학습지도계획을 사전에 마련, 학교강의 결재를 맡고 합반을 하는 경우 담임교사 전원이 함께 지도하도록 돼있었다. 그러나 마장초교의 경우 이 같은 지침은 완전히 무시된 채 작업을 빨리 하도록 학생들을 독촉했을 뿐이다.
얼마 전까지 자유학습의 날은「노는 날」로 잘못 인식돼 비난을 받아왔으나 무리한일을 시키는 것은 노는 것 이상으로 자유학습의 원래 취지로부터 벗어나는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교사들에 교육 필요>
자유학습에 대한 문제점은 지난 6월 22일 인천 유현초교에서 열린 첫 운영보고 회에서 이미 지적됐었다.
효과적인 자유학습을 위해서는 먼저 여건조성과 교사들의 사전교육, 강화지도의 강화 등이 절실하다는 결론이었다.
이날 사고현장에 나온 민관식 문교부장관도 자유학습의 날이 학교마다 운영방식이 달라 많은 문제점이 있다고 시인, 개선방안을 연구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자유학습은 어떤 경우에도 학생들의 체력과 학력향상·실천적 교육이라는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번 사고로 다시 강조되고 있다.【수원=정연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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