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에 돈 꿔준 해외금융기관 채권 조기상환 요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9면

SK글로벌의 해외채권단 중 일부가 채권을 우선 상환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서 채권단 공동관리가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14일 채권단에 따르면 오는 17일 만기가 돌아오는 2천6백만달러 규모의 신디케이트론에 참여했던 소시에테 제너럴.크레디리요네 등 일부 외국 금융기관들이 만기연장을 거부하고 채무상환을 요청해왔다.

정부 관계자는 "만기 전 상환요구도 오늘부터 들어오기 시작했다"며 "그동안 전례를 보면 상당수의 해외채권단이 조만간 상환요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외 채권금융기관들은 분식회계 등으로 대출을 받았을 경우 자동적으로 계약이 취소돼 만기 전이라도 자금회수를 요구할 수 있다는 '기채위반조항(Event of Default)'을 들어 조기 상환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위원회와 국내 은행들은 이에 따라 일단 "국내외 금융기관이 서로 똑같이 손실을 분담해야 한다"며 해외채권단에 상환 유예와 만기연장 등을 요구하는 한편 이르면 다음주 중 협상단을 구성,해외 순회협상에 나서기로 했다.

SK글로벌의 해외채권단은 홍콩의 HSBC,미국의 SCB 등 10여개사다. SK글로벌의 해외부채는 순수하게 해외 금융기관에서 빌린 1조1천억원과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 현지법인에서 빌린 1조3천억원 등 모두 2조4천억원 수준이다.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이에 대해 "해외채권단이 부득불 채권회수에 나서겠다면 법정관리 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며 " 이 경우 해외채권도 자동으로 동결된다는 점을 들어 설득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은 이와 함께 이날부터 SK글로벌에 하나.산업.신한.조흥 등 4개 은행 관계자들로 구성된 자금관리단을 파견하고 뉴욕.런던.일본 등 주요 해외 현지법인에 채권은행의 현지 해외지점 직원들을 파견하는 등 사실상 공동관리에 들어갔다.또 SK글로벌의 자구계획안을 확정하고 자산을 실사하기 위해 회계법인을 곧 선정키로 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환매에 시달리는 투신권의 자금지원을 위해 오는 17일 국채와 통안증권 2조원어치를 직매입하기로 했다. 시장안정을 위해 한은이 시장에서 채권을 직접 사들인 것은 대우채 환매사태(1조원) 이래 처음이다. 정부는 그러나 투신권에서 요청하는 카드채나 기업어음(CP)을 매입하는 방안은 현 상황에서는 검토하지 않기로 했다.

홍병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