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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공장의 허가조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50대50의 합작투자를 조건으로 가 허가된 3개 정유공장은 전량 수출조건이며 경영권은 한국 측이 보유한다고 발표했다. 50대50의 합작투자라면 양측이 균형 있게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형식은 갖추어져 있는 셈이나 다른 사업과는 달라서 석유업계의 특질로 보아 한국 측이 실질적인 경영권을 가질 수 있겠는지는 처음부터 의문의 여지가 많다.
그 동안의 정유공장에서와 마찬가지로 실질적인 경영권은 외국인이 보유할 수밖에 없었음을 상기해야 할 것이며 이러한 실질관계를 고려할 때 합작조건도 실질적인 측면에서 평가해야 할 줄로 안다. 우선 석유업계의 본질적 속성으로 보나, 합작투자의 전례로 보나 실질경영권이 외국인에게 주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일단 인정한다면 내국인 지주비율의 49%를 분산하는 것이 국민 경제적으로 과연 이득이 되는 것 인가도 새로운 각도에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중화학공업건설에 관한 주식분산 지침은 기업경영권이 실질적으로 내국인 손에 보유되고 있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경영권이 외국인의 손에 들어가는 합작정유공장의 경우에 내국인 소유주식을 분산시키는 것은 국민 경제적으로는 손실이 된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즉 실질적으로는 외국인 지배하에서 운영될 정유회사의 내국인주식을 분산시키는 경우에는 쓸데없이 공개법인을 만드는 것이 될 것이며, 때문에 낮은 세율에 따른 납세 후 이윤배당의 몫이 늘어 그만큼 과실송금 부담만 늘어나는 것이다.
따라서 중화학공업건설에 대한 일반적인 주식분산 지침은 옳은 것이지만 한국 측이 실질적으로 지배하지 못할 합작투자의 경우에는 이를 딴 각도에서 평가해야 한다.
다음으로 제품의 전량 수출조건도 장기적인 안목에서 생각해 볼 문제이다. 어차피 우리가 석유화학공업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며, 국내석탄자원의 활용에도 불구하고 석유 「에너지」의존도가 높아지는 것도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장래의 수요추세로 보아 주·부산물이 다같이 우리에게도 필요할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따라서 전량 수출조건이 언젠가는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오히려 전량 수출 조건을 붙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단기적으로는 이들 3개 공장이 건설되면 당분간 과잉공급상황이 파생되어 수출이 불가피하게 될 것이다. 이유가 그러하다면 전량 수출조건을 붙이는 것보다는 안 붙이는 것이 여러모로 우리에게 유리할 것이다.
즉 석유회사들의 상대적인 독점적 지위를 약화시킴으로써 가격인상 압력을 완화시키는 이득을 구할 수 있고, 석유화학공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했을 때 원자재 공급상황이 좋아진다는 이득이 있다. 이러한 장기적 이득을 고려할 때 전량 수출조건을 구태여 달아둘 필요가 있겠는가.
끝으로 정유공장은 전형적인 공해산업이라는데 이론의 여지는 없는 것이므로 공해예방을 위한 조건을 충분히 붙여야 할뿐만 아니라 공해발생으로 오는 손실보다 월등히 많은 국민적 이득을 얻는 방법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좀더 깊은 검토를 가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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