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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의 계열별 신입생모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74학년도부터 실시될 서울대학교의 계열별 학생모집 및 교과과정 전면 개편안의 발표는 한국의 고등교육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개편안의 골자는 ①신입생의 학문계열별 모집 ②졸업에 필요한 이수학점의 하향조정 ③부전공제도의 실시 등으로 문교부가 이미 발표한 고등교육 개혁안의 방향과 대체로 일치하는 것이다.
이 개편안 가운데서 학생·교사·학부모들의 가장 큰 관심거리는 아무래도 「계열별 신입생 모집」방안이라 할 수 있다.
종전의 학과별 정원제도에 대비해서 새로운 계열별 정원제도가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데에는 별로 이론이 없을 것이다.
첫째, 그것은 학과간의 장벽을 없애 학생들의 시야를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학문의 일반적인 추세와도 부합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교육이 요구하는『문제해결의 능력』이란 다 학문적인 시야에 선 「어프로치」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각 단과대학의 학과별 「커트·라인」의 차가 없어짐으로 해서 신입생들의 전반적 수준이 향상될 것이며, 입학 후에도 희망하는 전공학과에 들어가기 위한 제2의 관문이 있음으로 해서 면학에 대한 열의가 계속 오를 것이다.
셋째, 이와 같이 폭넓은 계열별 학생정원제도는 현실적인 필요에 의한 인력의 수요·공급의 자연적 조정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점에서도 그 장점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이 계열별 정원제도에도 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전공학과를 선택할 때 인기학과에 집중 지원하는 경향이 그대로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바 거기에서 발단하는 학생 조정문제, 인기학과와 비 인기학과간의 격차문제, 희망학과에서 탈락된 학생들의 좌절의식의 문제 등등이 그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에 서울대학교에서 발표한 학문계열화 자체에도 의문점이 없지 않다. 세계적인 학문분류의 추세에 따른다면 엄연히 자연과학계에 들어 있어야 하는 학문(예컨대 심리학·지리학)이 인문계로 그대로 남아있다. 또 그런가하면 자연계에는 종전의 문리대 이학부·예대·공대 등 무려 30학과를 모두 하나의 계열로 묶어 두면서 뒤에 계열을 바꿔 전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까지 한 인문계·사회계는 굳이 계열을 나눈 까닭이 무엇인지도 석연치가 않다. 더군다나 교육계를 반드시 독립시켜야 할 무슨 필연적인 이유가 있는지도 알 수가 없다.
겨우 세 학과밖에 없는 가정계를 굳이 독립적 학문계열로 간주해야 하느냐 하는 것도 금방 납득이 가지 않고, 장차 「식품영양」과 「의류」를 각각 전공하게 될 학생들이 서로 기본교양에 있어 얼마나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지도 잘 알 수가 없다.
또 하나의 큰 문제는 인문·사회·교육계의 경우 기본교육에 2년을 할애하게 된다면 남은 2년 동안에 충분한 전공교육을 실시하는데 시간적으로나 교과과정 편성상 지장이 없는지도 모르겠다. 법대의 경우 이미 학업 연한 연장론이 대두된 바도 있어 특히 이 점이 우려가 된다. 솔직이 말해서 계열별 정원제도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서 왈가왈부할 수 있는 경험적 「데이터」를 우리는 아직 못 가지고 있다.
문교부는 지난해 8월까지 계열별 모집제도를 택할 「실험대학」의 신청을 받아 금년 봄부터 10개 대학이 신입생을 계열별로 모집케 한 바 있으나, 그 실험은 이제 겨우 시작됐을 뿐 거기서 나온 가부간의 결과는 아직 참조할 수 있는 단계에 있지 않다. 따라서 전기 10개 대학에서의 실험들이란 아직은 「실험」으로서의 의의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는 서울대학교의 개편안도 하나의 보험이라 할 것이다. 그 규모와 영향력으로 보아서 출중한 서울대의 실험에 세상의 주시의 눈이 더욱 쏠리게 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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