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 세상을 말하다] 治國烹鮮[치국팽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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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商)나라(BC1600~BC1042) 건국 초기에 이윤(伊尹)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신분은 미천했지만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훤히 꿰뚫을 만큼 현명했다. 그는 요리를 잘하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당시 부족을 이끌던 탕(湯)왕이 어느 날 그를 찾아와 “어떻게 요리를 하기에 음식이 그리 맛있는가”라고 물었다. 그의 대답은 이랬다.

“음식은 짜서도 아니 되고, 싱거워서도 안 됩니다. 재료가 잘 어울려야 좋은 음식이지요. 나라를 다스리는 것 역시 음식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治國如同做菜). 지나치게 조급해서도 아니 되며, 나태해서도 아니 되고, 알맞은 정도에 이르러야 나라가 잘 다스려진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기(史記)』는 “이 말을 들은 탕왕이 치국(治國)의 도를 깨닫고 이윤을 등용했다”고 전한다. 그후 이윤은 탕을 도와 상나라 건국에 기여했다.

이 고사는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에도 나온다. 『도덕경』 제60장은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굽는 것과 같다(治大國若烹小鮮)”라는 말로 시작한다. 작은 생선을 구우려면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 자칫 한눈을 팔게 되면 바짝 타고, 자주 뒤집으면 살점이 떨어져 나가기도 한다. 나라를 다스리는 일 역시 그와 다르지 않다는 게 노자의 설명이다.

『도덕경』의 이 말을 현대 정치에 인용한 사람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다. 그는 지난해 3월 기자회견에서 “어떻게 나라를 이끌 생각이냐”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살얼음을 걷듯(如履薄氷), 깊은 물을 만난 듯(如臨深淵)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나아가고 있다. 중국은 큰 나라다. 작은 생선을 굽는 것과 같은 심정으로 나라를 이끌어 가겠다(治大國如烹小鮮). 절대 조령석개(朝令夕改·아침에 만든 법령을 오후에 바꾸다), 홀좌홀우(忽左忽右·이것저것 모두 대충대충 넘어감)하지 않고 흔들림 없이 전진할 것이다.”

그 후 ‘치국팽선(治國烹鮮)’이라는 말은 시 주석의 정치철학으로 통하고 있다. 간결하지만 뜻을 전달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는 평가다. 박근혜 대통령이 내일 기자회견을 한다. 정치인에게 언어는 통치의 예술이라고 했다. 사회를 안정시키고,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그만의 언어를 기대해 본다.

한우덕 중국연구소장
woody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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