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 비만은 전립선비대증 원인 … 나이 들면 육식 줄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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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식습관이 빠르게 서구화되며 전립선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의 쌀 소비량은 점차 감소하고, 육류 소비량은 10년 동안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서구화된 식습관이 일으키는 가장 큰 문제는 비만이다. 늘어난 체중은 당뇨병이나 고혈압뿐만 아니라 남성들의 전립선비대증과 전립선 암 증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실제 대한비뇨기과학회는 최근 비만이 전립선비대증을 가속화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즉, 나이와 상관없이 체질량지수(BMI)가 높은 남성은 상대적으로 정상체중인 남성보다 전립선이 더 비대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립선비대증은 나이가 들수록 악화되는 진행성질환으로 알려져 왔다. 이번 통계를 통해 60~70대 장년층은 물론 40~50대라도 비만 남성은 전립선 건강을 자신할 수 없게 됐다.

전립선암도 늘고 있다. 한국중앙암등록사업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생하는 남성암 중 증가율 1위다. 전립선암은 전립선에 발생하는 악성종양으로 전립선비대증과 별개로 구분되는 질환이다.

전립선비대증이나 전립선암이 진행되면 소변보기가 어려운 배뇨장애가 생긴다. 배뇨장애가 생기면 소변줄기가 가늘어지거나 밤중에 소변이 마려워 깨고, 소변을 볼 때 힘을 줘야 한다. 배뇨장애는 전립선이 비대해지거나 암덩어리가 커지며 요도를 압박해 생긴다. 이런 증상이 있다면 전립선 건강에 이상이 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

전립선비대증은 치료하지 않으면 요도와 방광에 지속적인 압박이 가해져 기능을 약화시키고,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시기에는 급성요폐를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전립선 암으로 인해 배뇨장애 증상이 나타난 경우는 암이 상당히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배뇨장애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원인을 찾는 것이 좋다.

만약 전립선비대증이라면 전립선 크기를 줄이거나 요도를 이완하는 약물로 증상이 완화돼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전립선암은 환자의 연령, 조직검사 결과, 증상 유무 및 암의 진행 정도 등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해 치료법을 선택한다. 최근 초기 전립선암 환자에게 로봇을 이용한 전립선 절제술이 늘고 있다. 특히 전립선암은 조기발견 시 생존율이 높은 암으로 수술 후 삶의 질까지 고려하면 후유증이 적은 로봇수술이 권장된다.

남성이라면 피할 수 없는 전립선 질환. 육류 위주의 회식이나 술자리가 늘어나는 때일수록 전립선 건강을 위해 체중관리에 신경 쓰고, 채소 섭취, 운동 등 생활습관을 유지해야 한다. 전립선 건강관리를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정기검진인 만큼, 50대 이상의 남성이라면 매년 전립선 검진을 통해 전립선비대증, 전립선암 유무를 확인해 보자.

이승주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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