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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욕 보인 미전 여름 화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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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여름의 무더위 속에서도 한국의 제단은 상당히 큰 의욕의 열매를 거둬들이고 있는 것 같다. 덕수궁으로 이전된 국립현대미술관이 미술의 광장을 넓힌 것은 그 원인의 하나가 되기에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국립현대미술관이 덕수궁의 석조전으로 옮겨온 뒤 이전 개관 기념으로 가진 「한국 현대화가 1백인전」은 초여름 화단의 큰 행사였지만 7월 29일에 끝난 전시회에 이어 8월 중순부터 열리고 있는 「창작미술협회전」과 「구상전」은 미술 애호가들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창작 미술 협회전>
현대미술관의 서관 3, 4실에서 20일부터 열리고 있는 제18회 창작미술협회전은 그 발표의 연륜이 말해 주듯이 작가들의 기법상의 세련미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1957년 1월 18일 창립돼 5월에 첫 전시회를 가진 이레 18회 째를 맞은 이번 전시는 회원들의 한국현대회화 발전에의 노력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화단의 중견이 된 47명의 전 회원을 배출한 창작미협의 현 회원은 20명.
이번 전시에는 이들이 각기 4점씩의 작품을 제출했으나 전시된 것은 장소 관계로 60점으로 제한했다.
『한국 현대 회화를 전개하는 같은 대열 속에서 창작의 이념을 함께 파생시켜 나간다』는 그들의 주장과 같이 전시회의 전체적 인상은 강렬하다.
추상 미술의 식성과 색채가 대체로 일관되는 전체의 「무드」를 조성한다.
유영채씨의 『중복』, 고화음씨의 『칠월』, 조영동씨의 『작품73-99』, 강대운씨의 『들새』, 유병수씨의 『잔상73-8』, 이영융씨의 『생197312』, 김순옥씨의 『「콤퍼지션」1』 김경인씨의 『여름』 등은 색채감이 아름다운 것으로서도 추상을 탐탁찮게 생각하는 이들에게 볼만한 것이 될 것이다.
특히 추상적 영역이지만 역시 구상의 기분이 많은 성서점씨의 『창 밖의 풍경』, 남혜숙씨의 『녹』 등은 추상적 사실의 미를 부각하면서 자기의 영역을 살리고 있다.
또 이기원씨의 『투영73-1』, 하영식씨의 『해후B』, 최영순씨의 『「콤퍼지션」73』, 나영삼씨의 『과거와 현재』, 이남규씨의 『천지1』, 정린씨의 『적73-A』 등은 구성과 단순성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으며 이에 비해 정문현씨의 『애증A』 등은 훨씬 복잡한 감을 준다.
한편 21회 국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던 표승현씨의 『낙진』, 『회념』 등은 그의 장기인 복잡한 색채의 밀집 부분과 단순한 공간을 대비시키는 구성을 보여 주는 것. 동양화적인 여백이 넓게 자리잡아 시원한 감을 준다.
이밖에 유일한 외국인 회원인 일본인 추길자부씨의 작품 『조춘』 『신개지』 등은 역시 일본적인 자잘한 「터치」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며 틀 속에 실물의 밧줄을 묶어 붙인 염승권씨의 『약속4』 등은 그 나름의 재미를 갖고 있다.
이번 창작 미전은 29일에 끝나며 10월중에 계명대 미술대에서 대구 이동전을 갖는다. 아울러 작년 일본 복강현 문화 기관에서 가졌던 제1회 한일작품 교류전에 이어 74년 1월에는 일본 구주의 구류미석 미술관에서 20점의 작품을 가지고 교류전을 가질 계획이다.
이 전시회는 이 기간에 제58회 이과 회전이 복강 이동전으로 같은 지방에서 열려 일본을 대표하는 대단체전과의 질적 비교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구상전>
창작미협전이 일리는 같은 장소의 1, 2, 5, 6실에서 제10회 구상전이 열리고 있다.
18일부터 27일까지 계속되는 전시회엔 회원 및 회우 작품 31점과 공모 작품 입상·입선작 73점이 전시됐다.
회원 작품은 김영덕씨의 『향73-2』, 김윤전씨의 『작품A-15 이중의 변모』, 김종휘씨의 『오환-1』, 박석호씨의 『군도』, 박창순씨의 『희』, 박항섭씨의 『수중 지대A』, 배동신씨의 『작품1』, 송경씨의 『땅·하늘』, 신석필씨의 『언덕』, 정건모씨의 『선』 「시리즈」 최영림씨의 『호동』, 홍중명씨의 『고담』 「시리즈」, 회우 오세열씨의 『이향』 「시리즈」 등이다.
10년의 전통을 가진 구상전이 관심을 더 모으고 있는 것은 미술 단체 주최의 공모전을 계속한다는 것. 금상 수상의 박무웅씨의 『l950년』, 조성희씨의 은상 수상작 『백의민족에의 합창』 등 좋은 작품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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