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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미국 출구전략에 휘청대는 중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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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홍인기
KAIST 경영대학
금융전문대학원 초빙교수

미국의 출구전략이 중국 금융시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해 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양적완화(QE)를 축소하는 출구전략(테이퍼링)을 발표하면서 중국 시중금리가 치솟았다. 지난 1년간 두 번째 나타난 현상이다. 자금사정의 기본 지표인 ‘7일물 환매조건부채권 금리’는 평소의 2배 이상인 9%대로 껑충 뛰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돈을 풀면서 시장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으나 취약한 금융구조가 해결된 건 아니다. 고도 성장과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를 자랑하는 중국의 금융시장이 왜 이처럼 취약한 것일까?

 우선 ‘금융 기간의 미스매치(불일치)’가 문제다. 미국이 양적완화를 시작한 5년 전엔 국내총생산(GDP)의 130%였던 중국의 금융부채 규모는 그림자금융(shadow financing) 등의 확대로 현재 GDP의 200%까지 팽창했다. 작년 말 그림자금융 비중은 전체(금융·비금융 기관) 금융기관 신규 융자의 약 35%까지 차지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6월 영국 경제잡지 이코노미스트 보도에 따르면 2012년 말 그림자금융 규모는 총 17조5000억 위안(약 2조1000억 달러)에 달했다. 그림자금융은 금리 통제가 낳은 모순이다. 중국은 은행 예금금리에 상한선을 둬 예금자에게 낮은 금리(3% 이하)만 준다. 대형 국유상업은행은 이 돈을 국유기업 등에 특혜성 저리 대출을 한다. 문제는 이 돈이 은행법 규제를 피해 대출된다는 점이다.

 중소형 은행이나 신탁회사 등은 고수익 단기자산관리 상품을 일반에 판매해 ‘그림자금융용’ 자금을 조달한다. 이 돈을 경영이 취약한 중소기업이나 회수기간이 긴 지방정부의 프로젝트에 높은 이자로 투자한다. 수신 기간과 투자운용 기간의 불일치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기간 미스매치’다. 지방정부 인프라사업의 투자 회수가 늦어지거나 투자대상 기업이 도산하면 불량채권은 쌓일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은행의 동반 부실 가능성이 커져 올해 중견 은행들과 신탁회사 중 일부가 도산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통화의 미스매치’도 문제다.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유입된 자금은 그 형태가 종래의 은행차입(신디케이트 론)에서 포트폴리오(주식·채권) 투자로 바뀌었다(2011년 말 약 5조9000억 달러). 주로 신흥아시아 지역으로 유입됐으며, 이 가운데 50% 이상이 중국으로 몰렸다.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2013년 말 중국의 외화표시 기업채권의 발행 잔고는 2400억 달러(위안화 채권은 약 5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 기업은 달러 표시 기업채를 저금리(4.5~5%대)로 홍콩에서 발행해 위안화로 전환함으로써 국내의 자금수요를 충족할 수 있었다.

 이런 외화표시 채권에 핌코나 블랙록 같은 국제자산운용사들이 투자하고, 채무자는 이를 위안화로 바꿔 보유하게 된다.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통화상의 불일치(미스매치)’가 빚어지는 것이다. 테이퍼링 같은 여건 변화로 투자자가 외화표시채권을 긴급히 처분할 때 투자자(외화표시 채권자)에게 발생하는 손실을 발행기업(중국 국내 기업)이 제대로 보전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이렇게 되면 중국 등 신흥국의 채권시장도 2013년에 이어 ‘주식은 사고 채권은 판다(Long Stocks, Short Bonds)’는 ‘그레이트 로테이션(거대한 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 국제채권통화시장에서 또 한 차례 회오리바람이 불어닥칠 수 있다는 뜻이다. 중국은 물론 한국과 같은 신흥국가별 파장을 예의 주시할 때다.

홍인기 KAIST 경영대학 금융전문대학원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