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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서 간행된 「한국문학사」|한국연구로 90평생 보낸 「안드레·에카르트」교수 역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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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연구로 일생을 바친 서독「뮌헨」대학교수 「안드레·에카르트」박사가 그의 긴 저작생활의 마지막이 될 것이라 그 스스로 말한 독문판『한국문학사』가 최근 독일서 간행됐다<「클하머」출판사간·152면>. 「에카르트」교수의 이 저서『Geschichte der Koreanichen Literatur』에 관해 최근 「파리」의 국제동양학자대회에 참가했던 최민홍 박사(중앙대·철학)가 다음과 같은 글을 보내왔다. 최 교수는 이번에 「뮌헨」의「에카르트」박사를 방문하고 귀국, 그의 한국학에 대한 연구가 90이 된 지금도 여전하다고 말하고 있다. 「에카르트」박사는 1884년 「뮌헨」 에서 태어나 1909년부터 1928년까지 한국에서 공부했으며 이 기간에 한국은 물론 중국·일본과 만주를 아울러 연구했었다. 그는 본국에 돌아간 뒤 「뷜츠부르크」대학에서 연구를 계속, 1931년 철학박사학위를 받았으며 1933년까지 「브라운쉬바이크」의 국제교육학연구소장으로 일했다. 1957년이래 「뮌헨」대학에 한국어강좌를 개설, 여기에 종사하고 있다. 그의 저서 가운데는 유명한 『한국미술사』(1929년)와 『한국음악』(1930년, 1968년)이 있으며 57년엔 『노자의 사상』 1968년엔 『중국·한국·일본의 역사와 문화』3권, 그밖에 62∼68년까지 『한국어 사전』『한국어 문법』등의 저서를 냈다. <편집자>
【최민홍<중앙대교수·철학>】「안드레·에카르트」교수는 올해 나이가 90세로서 현재 「뮌헨」대학 한국어과 교수다. 그는 1909년부터 1928년까지 한국에서 주로 한국문화와 예술에 대한 연구를 했다. 1929년에 귀국하여 이미 세상에 널리 알려진 『한국 미술사』를 출판, 「유럽」에 한국의 미술부터 보급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90평생을 한국학을 계속 연구해 많은 저서들을 내놓았다. 이번 「파리」에서 열린 국제동양학자대회에 참석했다가 「비트만」교수의 초대로 「뮌헨」대학에 갔는데 「에카르트」교수는 이 『한국문학사』를 주면서 이것으로써 한국학 연구에 관한 저서가 끝이 될는지 모른다고 하면서 무거운 표정으로 나이 때문에 저술생활이 힘들다고 했다.
그러나 대화를 통해 그는 아직 한국학연구에 대한 다른 한두 가지 계획을 더가지고 있는 것을 암시하기도 했다.
내 전공이 아닌 분야의 책에 대하여 말할 자격과 능력이 없는 것을 내 자신이 잘 알면서도 감히 그의 저서에 대해 언급하고자하는 것은 이국의 노교수의 노고를 상찬해 드리고 싶은 마음에서이다. 사상적인 입장에서 한번 읽어보고 느낀 것을 내 나름대로 정리해 보려는 것도 한뜻이다. 이 책은 대체로 시나 가사에 근거를 두고 지은 문학사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전부 4편으로 되었는데 제1편은 서론, 제2편은 삼국·신라·고려시대의 문학, 제3편은 이조의 문학, 제4편은 근대·현대문학으로 나누어 설명했다.
제1편에서 그는 한국의 지리·인문과 언어·문학 그리고 신화를 설명한다. 즉 지리적으로나 풍토상으로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형성, 이 같은 대자연속에서 그 혜택을 입고 사는 한국인들의 언어와 신화전설을 말한다.
한국민족의 민족성을 비롯, 문학과 예술에 토대가 될 수 있는 자연적·역사적 배경이 설명됐다.
단군신화는 인종적·민족적인 분열이 없는 하나의 문화권을 형성하게 한 것에 틀림이 없다. 현재 우리가 말하고 있는 단일민족이니 백의민족이니 하는 말은 결국 단군 시조의 혈통을 그대로 계승하였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우리민족의 「얼」을 비롯하여 문화와 예술, 그리고 역사의 흔적이 단군에 직결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믿어진다. 이 책에서 말한 신화는 단군신화와 같은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따라서 문학과 예술의 유래와 본질을 밝히는데 중요한 것이 된다.
제2편에서는 신라와 고려의 불교문학을 한데 묶어서 말하는 한편 신라의 향가와 시조문학위주로 했다.
그것은 시와 가사를 토대로 하여 한국문학사를 말함에 있어서 그 핵심을 잡았다고 보인다. 향가의 그 소박한 노래 속에 들어 있는 한국인의 정신이 한국문학을 말하는데 없어서는 안될 것이기 때문이다.
향가는 비단 국문학상으로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종교나 윤리학상으로도 큰 의의를 가진다는 점을 그는 아울러 지적하고 있다.
이 책에 소개된 몇 수의 향가의 내용을 분석하면 거기에는 국가나 왕실의 숭배사상을 강조한 윤리적 의미의 면과 또 일반 국민들이 정직하고 어진 정치를 원하면서 불교적 자비심에 의존하는 등 종교적 면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향가는 확실히 읽히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불리려고 하는 것이 근본 목적임을 알 수 있다. 향가에 내포되어있는 이러한 사상을 제대로 파헤친 것은 높이 평가돼야겠다.
제3편에서는 주로 활자와 한글 또 시와 소설을 소재로 해 이조의 문학을 다루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시조는 이조의 문화를 반영하여 주는 예술의 한 분야라고 하여 중요시했다.
여기 수록된 시조의 내용을 보면 매우 다양하다. 임금에 대한 충성심을 드러내 놓은 도덕적인 교훈을 읊은 것과 또 무관들의 기개를 나타낸 노래가 있는가 하면 왜란이나, 호란을 치르는데서 생긴 비분강개의 심정을 읊은 것도 있다. 그런가 하면 자연의 아름다움에 반해 이를 찬양한 내용의 것, 반대로 자연에서 도피하려고 하는 것을 두루 분석, 설명했다.
이 같은 분석은 이조의 시조문학이 지닌 여러 가지 의미의 내용을 폭넓게 본 것이며 그 당시 사람들이 가지고 있었던 자연관이나 인생관을 잘 나타냈다고 생각된다.
제4편은 3기로 나누었다. 1824년부터 1909년까지, 1909년부터 1933년까지 그리고 1933년부터 최근까지인데 여기서 한가지 특기할 것은 1930년께를 전후하여 한국문학이 근대화의 싹이 텄다는 것이다. 아울러 자연주의적 사조가 대체로 지배적이었다고 하면서 그런 계류의 작가들을 소개했다.
한편 노래와 춤에 대한 것을 논했는데 각 지방의 민요와 고전민속무용이다. 이러한 노래나 춤에서 한국문학에 독특하게 드러나는 사물에의 「애정성」같은 것을 지적해준 것은 한국문학의 특색을 나타내기 위한 하나의 시도로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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