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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교육의 필요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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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고전의 국역과 고전을 널리 읽힌다는 것이 국학개발의 면에서 뿐 아니라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강조되고 있다.
고전 읽기 운동단체인 한국자유교육협회는 지난 9일∼12일 전주교육대학에서 7백여 교육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제6회 자유교양「세미나」를 갖고 고전교육의 필요를 다시 확인했다.
『민족의 주체성확립과 국적 있는 교육』을 주제로 한 이모임에서 박종홍 박사(서울대 명예교수)가 기조강연을, 김판영 학장(인천교육대)이 『국적 있는 교육의 내용과 방법』을, 김태길 박사(서울대 문리대)가 『전통사상의 이해와 계승을 위한 방안』을, 차석기 박사(고려대)가 『고전과 주체성 교육』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 가운데 특히 김태길 박사는 고전의 국역사업과 고전독서운동의 본질을 명확히 해 관심을 모았다.
고전적 저술은 우리의 전통문화·전통사상을 이해하는데 가장 소중한 자료다.
그 고전적 저술들은 대부분 아직 일반국민과는 별로 관계가 없는 책처럼 외면을 당하고 있는 처지이므로 그들 고전 속에 깃들여있는 가치를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의 고전들이 한문 또는 옛 글로 돼있어 전문가 아닌 사람이 읽고 이해하기가 매우 어렵다.
근래 우리현대어로 번역·출판된 것들도 일반독자들의 접근이 다소 있으나 아직 그 번역사업은 질과 양에서 미약한 상태다.
한편으로 원전을 읽을 수 있는 학자들을 많이 양성하고 다른 편으로 일반독자를 위한 좋은 번역이 많이 나와야겠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실정에서 이것은 상업자의 동기를 가지고 만족스럽게 수행하기는 매우 어렵다. 국가기관 또는 문화사업단체의 이해관계를 초월한 사업으로서 이 일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김교수는 『민족의 주체성이 전통사상의 이해와 계승에서 얻어지는 때문에 고전교육의 조직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고전은 『앞으로보다 훌륭한 문화를 창조한다는 입장에서 이해돼야』겠으며 현대적 비판정신이 시간적 거리를 가진 우리의 고전과 공간적 거리를 가진 외래고전의 가치를 더욱 살린다고 했다.
이에 대해 차석기 박사는 『우리가 고전을 알아야겠다는 것은 주체적이고도 현실적인 요청에서 온 것』이라고 설명, 『현재까지의 경과와 현재의 조건을 알아 미래에 연계되는 실천적 관심을 전제로 해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하는가에 대한 올바른 방향을 얻기 위해 고전이 강조되는 것』이라고 했다.
차 박사는 『국가흥망의 간두에서 민족혼을 구가한 선인들의 노력, 당시 사회의 퇴락된 규범에 반기를 들고 새로운 사회의 가치관을 제시한 선인의 탁월한 노력을 우리는 고전에서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따라서 고전을 통한 민족주체성의 교육이 시급한 과제로서 등장한다는 것. 그 교육은『상인들의 영리적 계산을 따라 산발적으로 선택된 고전의 번역이나 취미적 독서로서가 아니라 보다 깊고 조직적인 연구기관의 설립을 통해 추진돼야겠다』고 김태길 박사는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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