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6)-조필대(이대 교수)|경주 석굴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석굴암이 피서지로서 등장한다면 누구라도 우선 고개를 한번은 갸우뚱 할 것이다.
더위를 잊는 곳 내지는 잊게 하는 곳이 다름 아닌 피서지다.
보통 우리가 섭씨 27도 이상일 때 상당한 더위를 느낀다. 이 정도는 양복을 입은 남자 어른 들이 『음, 좀 더운데』하면서도 견딜 만 한 온도이다. 그 이상 될 때가 문제.
그런데 석굴암(석굴암이 있는 곳)에서는 아무리 한여름 대낮에라도 그늘에서는 섭씨25도를 넘지 않는다. 게다가 시원한 바람이 쉴새없이 불어와 『도대체 날씨가 좀 변경이 되었나?』하고 계절을 착각하게 된다. 그러나 역시 하계에서는 섭씨30∼32도쯤. 석굴암 부처님을 구경하는데는 3백원을 받고, 경내에 들어가는데 만은 30원을 받는다. 30원을 내고 석굴암 경내까지만 들어오는 학생들을 더러 보지만 이 매표소가 있는 곳(주차장 바로 앞 쪽)이 해발600m. 조그만 상자 같은 판잣집 안에 아가씨 2명이 앉아 있는데 표를 살 때 그들의 표정을 보니 아주 늠름해 보였다.
토함산은 해발 745m의 중소 산악에 속하지만 경주시나 월성군(이 경계선에 토함산이 위치)일대에서는 제1이다. 이 만큼 높은 산이 부근에 없으므로 불국사 앞 여관 마을에서 숙박하는 유람객들은 그야말로 「억지 춘향」격으로 밤중이나 다름없는 새벽 시간에 세수도 하지 않고 4㎞ 걸어서 석굴암까지 올라가야만 했다. 동해의 일출을 보자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이제는 옛날 이야기.
여기서 말하지 않더라도 이미 아는 분이 많겠지만 불국사 (앞 주차장) ∼석굴암(매표소가 있는 곳) 사이에 S자형 훌륭한 등산 도로가 열린 지는 이미 수년이 경과. 실로 11.8㎞, 그러니까 근 30리다.
이러한 경치 좋은 숲 속 산길을 달리는 데 「택시」는 불국사 절 앞에서 1천5백원, 여러 명이 합승하는 「마이크로」(대행 「버스」는 통행 불가)는 1인당 3백원.
각각 1시간 정도의 관람 시간을 정상 주차장에서 기다려 준다. 이상은 모두 왕복 요금이다.
석굴암은 오직 하나의 예술품이 있는 곳으로 보통 생각하지만, 물론 그것은 먼 곳에서 우정 여기까지 올 때는 이 세계적인 조각품을 보는 것이 우선 제일의 목표가 되겠다. 따라서 이 곳 기후나 분위기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당연. (참고로 도로는 아직 미포장).
참으로 이 곳은 훌륭한 피서지다. 아침 일찍 올라 올 필요가 없이 꼭대기에 있는 2개소의 여관과, 또 한군데의 「호텔」에 유숙하면 한 여름에도 초가을 공기 속에서 힘들이지 않고 동해의 해돋이를 보게 된다.
국립공원이라 잘 보호된 수림은 정히 나무의 바다. 경치가 이만 저만이 아닌 석굴암 경내의 대자연 공원에서 토함산 꼭대기까지는 불과 1㎞ 남짓.
주차장에는 경주시에서 지은 훌륭한 다방을 겸한 전망대가 언덕 위에 서 있다. 경내를 산보하거나, 아침이나 석양에 토함산 정상을 밟는 다리 운동을 하면서 여름철을 이 곳에서 보낸 이가 있다면 필자로서는 상을 줄 만하다.

<교통>
서울∼경주고속 1천6백20원. 경주∼불국사는 16㎞, 「택시」 5백원, 시내「버스」도 자주내왕 30원. 불국사∼석굴암「택시」왕복 1천5백원. 「마이크로」합승 3백원. 구경하는 동안 1시간 대기.

<숙식>

<석굴암 정상>일출 여관·신라궁 1박실료 6∼8백원. 「호텔」 1천2백원쯤. 각각 식사는 별도. 식당·매점 있음.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