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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기술보급의 기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농사관계 연구기관이 보유하거나 개발한 농업기술이 얼마만큼 농민들에게 보급되고 있느냐 하는 문제는 양적 측면만을 강조하는 행정체제하에서는 소홀히 다뤄지기 마련이다.
김 총리는 지방시찰에서 이점에 착안하여 농사지식의 효과적인 보급을 위한 홍보정책을 마련하여 그것이 증산에 직결되도록 하라고 지시했는데 이는 물량투입과 산출이라는 통계적이고 즉물적인 농정이 범하기 쉬운 결함을 보완하는 좋은 계기로 받아들여져야 할 것이다.
솔직히 말하여 농업기술문제가 증산에 기여하는 바는 종자개량문제와 더불어 증산의 가장 중요한 요인임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가 계측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단기실적중심의 행정관행 속에서는 빛을 보기 힘들다.
그러나 농정이야말로 단기효과만을 좇아서 집행될 때 번번이 실패한다는 사실은 외국의 예로 보나 우리의 지난 경험으로 보아 분명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부터의 농정은 장기효과를 기대하며 하나씩 기초를 쌓아 올린다는 자세로 집행되어야 한다.
우선 농업생산의 증가에서 종자개량과 기술보급이 차지하는 비중을 제대로 평가함으로써 이 문제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해야 하겠다. 이러한 인식에 흔들림이 있다면 장기효과를 기대하는 성질의 정책은 중도에서 흐지부지 될 가능성이 크다.
다음으로 농업기술연구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수준과 평균농가의 기술수준사이에 개재하는 기술수준의 거리를 완화시킬 수만 있어도 2할 이상의 생산증가를 실현시키기는 어렵지 않다는 점에서 식량자급이나 농가소득향상이라는 정책목표를 실현시키는 강력한 수단으로서 기술보급문제는 중시되어야 하겠다.
물론 농업기술의 보급문제처럼 어려운 과제가 없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기술보급이 농민의 의식수준·지식수준과 밀접한 상관성을 가지고 있어 일방통행적인 홍보로 실효를 거두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술보급이 농민의 제고된 경제관념을 적절히 자극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면 기술보급이 그리 어려운 과제라고 만은 할 수 없다. 문제는 얼마만큼 농민을 이해하고 그럼으로써 그들을 자발적으로 기술보급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묘미 있게 유도하느냐에 달려있다.
일인들이 행정력으로 이른바 정조식을 보급시키는데 30년 이상이나 소모했던 사실을 오늘의 농정과 비유하는 것은 아니지만 농업기술의 보급에 있어서처럼 농민의 자발성이 중시되는 분야는 없다. 그러기 때문에 기술보급의 성패는 농민의 의식수준에 적합한 보급기술을 어떻게 발견하느냐에 달려있다 하겠으며 이점만 해결한다면 농정과 농업생산은 획기적으로 전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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