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생활 속의 민예품을 찾아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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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무더운 여름 한낮, 모시적삼 속에 등으로 만든 등거리를 받쳐입고 팔목에는 등토수를 낀 다음 다시 부채로 더위를 날리며 할아버지들이 사랑방에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땀이 쉴새없이 흐르는 날씨지만, 구멍이 숭굴숭굴 뚫린 등거리와 토수를 걸쳐 땀이 옷에 배지 않고 보는 사람 또한 시원한 느낌을 갖게 한다.
등토수와 등거리는 한여름 은근한 멋을 즐기는 남성들이 이처럼 이용했던 물건들이다. 더위를 피하기 위해 우리의 옛 사람들이 생각해낸 지혜를 엿볼 수 있다.
등나무의 윤기 나는 줄기를 가늘게 쪼개어 곱게 엮어만든 이들 토수와 등거리는 물론 땀이 배지 않게 하고 바람이 살갗을 스치도록 하기 위한 복식품들이다.
등나무 외에도 대나무가 소재로 이용되었던 듯 하지만 현재 전해지고 있는 이조시대의 등거리는 모두 등제품이다. 살갗에 닿아 감촉이 부드럽다는 면에서 등거리와 토수의 소재로 등나무를 따를 수 있는 것이 없었기 때문인 듯하다.
이들을 사용한 사람들은 대부분 선비나 양반들. 여름철에 적어도 무명옷처지를 벗어나 외출할 때는 두루마기나 도포를 입을 수 있는 양반의 집안들 사람이나 걸칠 수 있었다.
등거리는 모시 웃옷을 입었을 때 훤히 비쳐, 모양 때문에 외출 시에는 걸치지 않았으나, 토수는 사랑방에서나 멋장이 남성들의 외출 길에서나 항상 애용되었다.
웬만큼 여유 있는 집안에서는 토수를 여러 개 장만해 바꿔가며 꼈다. 양반 집 부인들은 벗어놓은 토수의 땀 찬 부분을 고운 물수건으로 닦아 땀내를 없애는 것이 손질법이었다.
때로는 모시, 생모시가 토수의 소재가 되기도 했지만 등나무처럼 보편화되지는 않았던 듯하다. 사용되기 시작한 시기는 적어도 이조시대 이전. 죽세공예품에 관한 기술이 발달되면서 토수와 등거리에 이용된 문양은 둥근 형, 타원 형 등 다양해졌다.
요즘 토수를 낀 노인의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등거리를 「러닝·샤쓰」안에 받쳐입은 모습을 간혹 볼 수 있지만, 시대의 흐름에 밀린 탓인지 생산되고 있는 등거리는 그 소재로 「나일론」실을 사용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박금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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