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라크戰 지지에 백악관서 먼저 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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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3일 한.미 정상 간의 통화는 미국 부시 대통령이 전화를 해옴으로써 성사됐다.

갑자기 통화가 이뤄진 것은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한국의 주 유엔대표부 대사가 미국의 대 이라크전에 대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데 대한 미국 측의 감사의 표시로 볼 수 있다.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최근 국제여론이 미국에 그리 좋지 않게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통화에서는 이라크전과 북한 핵문제 등 두가지가 핵심 주제였다. 부시 대통령이 대 이라크전에 대한 한국의 지지를 재확인하는 소득을 거뒀다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북핵의 평화적 해결을 다짐하는 성과를 거뒀다는 게 한국 정부의 평가다.

배석했던 라종일(羅鍾一) 국가안보보좌관은 "양국 정상이 정책문제를 교감할 수 있었던 첫번째 기회로, 향후 (정상 간의)좋은 관계를 예고해준 통화였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한.미관계가 원활하지 않아 5월께로 잡고 있는 盧대통령의 방미조차 불투명해지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음은 양국 정상 간 통화내용.

▶부시 대통령=다시 한번 취임을 축하드린다. 정권교체(transition)가 원만하게 잘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

▶盧대통령=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와 국제 테러 방지를 위한 부시 대통령의 지도력을 항상 높이 평가하고 있으며 이를 지지한다. 한국 정부는 한.미동맹을 존중한다는 정신 아래 이라크 문제에서 미국과 협력해 나갈 것이다.

▶부시 대통령=미국은 한.미동맹을 앞으로도 강력하게 유지해 나갈 것이다. 盧대통령도 이에 대해 확고한 의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확고한 의지가 있다. 한.미동맹은 우리의 외교정책에 있어서 앞으로도 핵심적 초석이 될 것이다.

▶盧대통령=양국간 북한 문제에 대해 이견이 있다고 보도되기도 했으나 여러 대화의 계기를 통해 이견이 없다는 점이 확인됐다. 우리는 동맹정신에 의해 미리 상의하고 긴밀한 협의를 통해 협력해 나갈 것이다.

▶부시 대통령=본인은 대통령께서 편리한 시간에 워싱턴의 제 집무실에 손님으로 오시길 희망한다.

▶盧대통령=빨리 방문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갖길 기대한다. 이런 대화를 통해 한.미관계를 보다 돈독하게 만들 수 있고 북한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부시 대통령=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한반도 전쟁 발발 가능성에 대해 일부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으나 미국의 정책 기조는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다 강구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방미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서승욱.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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