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정원 개혁 입법, 실질적 변화로 이어져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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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가정보원의 정치 개입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개혁 법안들이 국회에서 처리됐다. 지난 1년간 최대 현안이었던 국정원 댓글 의혹 재발 방지 노력이 가시적 성과를 거둔 것이다. 개혁 입법이 국정원의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지 지켜봐야 할 때다.

 국회는 어제 새벽 본회의를 열어 국정원법 개정안 등 국정원 개혁과 관련된 7개 법안을 가결시켰다. 이들 법안은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정치 관여를 근절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특히 국정원 직원이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정치활동을 하는 경우 처벌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명문화했다. 이와 함께 ▶국정원에 대한 국회의 예산통제권을 강화했고 ▶다른 국가기관·정당·언론사에 대한 국정원 직원 파견·상시출입을 금지했으며 ▶공익을 목적으로 한 내부자 신고를 보호하는 장치를 마련했다. 정치 관여 행위에 대한 처벌 형량을 높이고 공소시효를 연장한 것도 주목된다.

 이번 개혁 입법은 내용과 역사적 측면 모두 높게 평가할 만하다. 1961년 제정된 국정원법(당시 중앙정보부법)은 그간 15차례 개정됐으나 대부분 문구 수정에 그쳤다. 그러나 이번 입법은 국정원 자체 개혁안을 뛰어넘은 것인 데다 창설 후 처음으로 이뤄진 외부 주도의 개혁이다. 정치 관여 봉쇄와 민주적 통제 강화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합한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이제 제도적 시스템이 마련된 만큼 국정원 구성원들의 의식 전환과 실천이 뒤따를지가 중요하다. 남재준 국정원장은 “국회 결정을 존중하며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밝힌 대로 내부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국회 국정원 개혁 특위에 제출되는 내규를 보면 국정원이 과거의 그릇된 관행에서 얼마나 벗어날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정원 개혁 특위는 다음 달 말까지 국정원의 정보기능 강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분명한 것은 입법의 취지와 실효성을 살리면서 대공 수사·테러 대응 기능엔 한 점 흐트러짐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여야는 이번 개혁이 진정한 국가 안보의 의미를 되살리는 계기가 되게끔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