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의 대변인 "과거사 정직하게 책임져야" 아베 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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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 나치의 제2차 세계대전 전범행위에 대해 진솔한 사과와 보상을 해온 독일이 일본도 이 같은 책임 있는 행동에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앙겔라 메르켈(사진) 독일 총리의 대변인인 슈테펜 자이베르트는 지난해 12월 30일(현지시간) “일반적으로 모든 국가는 20세기에 일어난 소름 끼치는 사건에 대한 자신들의 역할에 정직하게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이 전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최근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자이베르트 대변인은 아베 정부의 입장을 고려해 “일본의 내정과 관련한 질문에 답변하길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우회적으로 일반론적인 차원에서의 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독일은 2차대전 과거사에 대해 솔직한 마음으로 노력해왔다”며 “정직한 책임의 기초 위에서만 과거의 적대국들과 함께 미래를 건설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독일은 이것을 명심하고 있으며, 이는 모든 나라에 똑같이 적용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은 이날 중국의 왕이(王毅) 외교부장과 전화로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독일은 2차대전 이후 최고지도자들이 유대인과 전쟁피해국에 잇따라 사죄하고 정부는 물론 기업 차원의 피해보상에도 적극 나서왔다. 빌리 브란트 총리는 비가 내렸던 1970년 12월 7일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의 2차대전 유대인 희생자 위령탑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메르켈 총리도 2009년 9월 1일 폴란드 그단스크에서 열린 2차대전 발발 70주년 기념식에서 독일 정상으로서는 두 번째로 무릎을 꿇었다. 메르켈 총리는 이후에도 부헨발트·다하우 강제수용소 등을 방문해 “나치 범죄의 책임은 영원하다”며 사과했다.

 속죄는 정부와 관련 기업들의 배상으로 구체화됐다.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등 전범 피해자들뿐 아니라 외국인 강제노역자들에 대한 배상까지 하고 있다.

독일은 또 프랑스·폴란드와 공통 역사교과서를 편찬하고 상호 이해의 바탕에서 비극적인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교육하고 있다.

한경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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