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30일 오후 4시.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화가 왔다. “기부를 하고 싶다. 누가 잠깐 앞에 나왔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전화를 받은 방성수(55) 사무처장이 나가 보니 건물 앞에 승용차 한 대가 서 있었다. 다가가자 상대방은 운전석 유리창을 10㎝쯤 내린 뒤 “어려운 이들을 위해 써 주세요”라며 봉투 하나를 내밀고 사라졌다. 봉투 안에는 1억2400만원짜리 수표 한 장이 들어 있었다. 방 사무처장은 “경황이 없어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점퍼 차림 남자라는 것뿐, 승용차 종류도 알아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방 사무처장이 사무실로 돌아와 직원들에게 인상착의를 얘기하니 이 독지가는 전에도 이름을 밝히지 않고 성금을 낸 인물이었다. 2012년 12월 26일에는 전화해 모금회 직원을 근처 국밥집으로 불러낸 뒤 1억2000만원짜리 수표가 든 봉투를 전했다. 당시 직원이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으나 “남몰래 돕고 싶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앞서 2012년 1월 30일에는 모금회 사무실을 찾아 수표 1억원을 건넸다. 지금까지 세 차례에 걸쳐 그가 낸 성금은 모두 3억4400만원에 이른다.
대구=홍권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