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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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난 70년 9월 미국에서는 외설물 및 포르노그라피(도색 예술)에 관한 특별위원회 조사 보고가 발표된 적이 있었다.
닉슨 대통령의 특명에 의해 2백만 달러를 들여 2년에 걸친 조사의 결과였다.
이 위원회는 방대한 조사의 결론으로서 포르노와 성범죄와의 상관 관계를 부정하였다. 그뿐 아니라 포르노의 자유화를 제안했었다.
닉슨이 펄쩍 뛴 것은 물론이었다. 당초에 이 위원회를 마련한 것은 미국 안에 범람하는 포르노의 물결을 어떻게 막아내느냐는 것을 가려내기 위해서였다. 닉슨의 노여움도 당연했다.
그러나 포르노가 정상적인 정치적·사회적 관심을 돌려놓는다고 보는 사회학자들도 적지는 않다.
그렇게 본다면 미국에서 포르노가 해금된 것이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미국 사회가 국내외로 벅찬 문제를 많이 안고 있을 때였다.
따라서 닉슨의 노여움도 그저 멋진 연기에 지나지 않았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단순히 이렇게만 볼 수도 없다. 포르노의 유행은 사실은 보다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어느 사회학자의 연구에 의하면 포르노의 애호자의 평균상은 중년의 남자, 기혼의 샐러리맨 학력은 대졸로 되어 있다.
뭣으로 보나 선량한 시민들인 이들을 포르노에 쏠리게 만드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몇 가지 짐작은 간다.
우선 지탱할 수 없는 레저와 권태가 있다. 보다 심각하게는 인간 관계의 두려울 만한 악화에서 나왔다고 볼 수도 있다. 다시 말해서 단순한 「에로」가 아니라 섹스의 해방을 통해서 인간과 인간과의 결합을 다시 회복시켜 보자는 거의 소망적인 원망의 탓이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으로는 생활의 규범이 무너지고 일상적인 윤리가 혼란 되어 간 때문이 아닐까. 하기야 오늘의 생활에 대한 욕구 불만이며 내일의 생활에 대한 소망감을 섹스의 감각 세계 속에서 손쉽게 풀어 보려는 심리도 크게 작용하고 있음이 사실이다. 섹스의 혼란에 더욱 박차를 가해 주고 있는 히피들이 이른바 건전한 중산 계급 중에서 탈락되어 가는 배설이라고 보면 더욱 그럴싸하게 느껴진다.
이들 히피 역시 새로운 가치 체계의 모색을 부르짖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몸부림(?)이 병적인 풍속도를 만들어 내는데 그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포르노의 애호는 바이탤러티(정력)가 쇠약한 징후』라고 말한 사람도 있다. 그 만큼 바이탤러티에 넘치던 미국도 이제 황폐되어 가며 있는 것일까.
타임지 최근호도 포르노의 범람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아무 대중 요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언젠가는 우리에게도 부닥칠 문제라는 점에서 한번 생각해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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