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가 최승희·소설가 한설야 復權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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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북한 '국립묘지'의 하나인 평양 신미동 애국열사릉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과거 정치적 사건에 연루돼 사라진 인물이 다수 복권된 사실도 처음으로 확인됐다.

가장 최근 이곳에 이장된 사람으로는 1960년대 초반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감춘 소설가 한설야(76년 4월 6일 사망)와 무용가 최승희다. 이에 따라 이들은 작품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복권됐다.

68년 '1.21사건'과 '울진.삼척무장공비침투사건' 등 대남강경정책을 주도해 이듬해 숙청됐던 김정태(당시 인민군 정찰국장), 김양춘(당시 군단장.94년 사망)도 복권돼 이곳에 묻힌 것으로 밝혀졌다.

김정태는 현재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측근인 김국태 노동당 비서의 친동생. 지난달 19일 이곳을 방문한 기자에게 애국열사릉의 해설강사는 김정태에 대해 "3년간 지방에서 고초를 겪다가 대흥총국 부총국장으로 복귀해 87년에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97년 발생한 서관히 사건과 연루돼 총살당한 것으로 알려진 김기선(전 개성시당 책임비서), 피창린(농업과학원 부원장) 등의 묘도 있었다. 그러나 서관히 비서의 묘가 이곳으로 이장됐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또 만경대혁명학원 교사 김순영 등 金위원장을 가르친 교사와 교수, 전속사진사 등 金위원장과 직접 관련된 인물들이 최근 이곳에 대거 안장되기 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반해 최근 사라진 묘도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남쪽에서 정치적으로 희생된 것을 부각시키기 위해 가묘(假墓) 형태로 설치됐던 여운형(전 건국준비위원장).조봉암(진보당 위원장), 김종태.최영도(통일혁명당사건 관련자) 등 4명의 묘가 없어진 것이다.

애국열사릉 관리책임자는 "지난해 묘가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며 "남쪽에 이들의 묘가 있고, 남북관계를 고려해 이뤄진 조치"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애국열사릉의 이 같은 변화에 대해 "98년 김정일의 애국열사릉 현지지도 때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며 "김정일 시대에 맞게 과거 역사와 인물에 대한 대대적인 재평가 작업이 이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정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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