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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꺼번에 3권의 시집 펴낸 미국의 대표적 시인 로버트·로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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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미 작고한 존·베리먼 데오드르·레트케 랜널·재럴 등 여러 시인들과 함께 미국의 대표적 현대시인으로 손꼽히는 로버트 로웰(56)이 최근 한꺼번에 3권의 시집을 펴냈다.
46년 위어리 각의 성을 발표, 풀리처 상을 수상하고 위대한 시인으로 각광 받은 후 로웰의 시는 59년『삶 공부』의 발표를 계기로 커다란 변모를 겪었다. 말하자면 그의 초기 시 형태를 완전히 탈피한 것인데 이 작품 또한 그의 가장 우수한 시로 평가되어 내셔널·북·어워드를 수상했다. 69년 발표한 새 시집 노트·북은 2백 74편의 음을 맞추지 않은 소네트 인데 이 시집 역시 앞서의 두 시집과 경향을 달리하는 가조의 시로서 주목을 끌었다.
이번에 로웰이 발표한 3권의 시집은 물론 이미 발표되었던 시가 상당량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다시금 그의 시가 어떤 새로운 길을 지향하는가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리지와 해리에트를 위하여』(48페이지·6달러95센트)는 『노트·북』에서의 일부를 개작한 것. 리지는 그의 두 번째 부인인 소설가 엘리자베드·하드위크를 가리키며 해리에트는 하드위크에게서 난 딸이다. 로웰은 첫 부인인 소설가 진·스태퍼드와 이혼한 후 하드위크와 결혼했다가 『노트·북』을 발표한 후 이혼, 현 부인인 레이디·캐럴라인·블랙우드와 결혼했다. 『리지와 해리에트를 위하여』 는 동거 당시의 하드위크와 딸 해리에트에 대한 절절한 사랑을 읊은 것이며 헤어진 후의 심경을 표현한 시가 곁들여 있다.
이에 비하면 『돌핀』(돌고래)(78 페이지·6달러 95센트) 은 모두가 그의 신작 시『삶 공부』 의 독특한 스타일이 다소 변모되어 나타나고 있는 로웰의 새로운 사랑과 지나간 사랑에 대한 회한이 적당히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 시집에서 특별히 드러나는 것은 50년대의 아카데미한 스타일을 벗어나 60년대에 번성했던 이른바 고백시의 유형을 새로운 방식으로 발전시켰다는 것이다.
역사(2백 7페이지·7달러 95센트)는 3권의 신간시집 중에서는 대표적인 것이다. 근 4백편의 시가 실려있는데 그 중 80편은 신작 시. 4백 편의 시가 연대순으로 실려 있기 때문에 그의 시 세계가 어떠한 과정으로 변모를 겪어 왔는가를 한눈에 엿볼 수 있다.
지난 6년 동안의 작가의 결실인 이 3권의 시집에서 로웰은 영시 외 기본적 라인을 벗어난 새로운 시작능력을 보인다. 동료시인 랜덜·재럴로부터 『그가 위대한 시인이라는 사실은 몇 번이라도 되풀이해서 말할 수 있다』 는 격찬을 들은 로웰은 재럴을 비롯, 베리먼 레트케 등 이 시대를 대표하는 여러 동료시인들이 죽고 없는 지금 적어도 그가 생존해 있을 동안은 외롭게 현대영시의 기수노릇을 계속할 것이다.<뉴스위크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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