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NSA, 삼성·화웨이 제품에도 정보 빼가는 프로그램 심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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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삼성·시스코·화웨이·델 등 컴퓨터와 통신장비업체의 제품에 스파이웨어(개인정보 유출 프로그램)를 설치해 도청과 감청에 활용했다고 독일 주간지 슈피겔이 보도했다.

 슈피겔은 NSA 내부 해커 조직인 특수접근작전팀(TAO)이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제조한 컴퓨터와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 통신장비 라우터(네트워크 중계기) 등에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빼내는 스파이웨어를 설치했다고 29일(현지시간) 폭로했다. 슈피겔이 공개한 NSA 내부 문건에 따르면 한국의 삼성과 세계 최대의 통신장비업체인 미국 시스코, 시스코의 라이벌인 중국 화웨이, 미국 컴퓨터 제조업체 델, HDD 제조업체 시게이트 등이 TAO의 표적이 됐다.

 슈피겔은 TAO가 산하에 첨단네트워크접근팀(ANT)을 두고 컴퓨터·통신 장비에 접속했다고 보도했다. ANT는 50쪽 분량의 카탈로그에 접속 기술 목록을 정리해놓고 TAO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 ANT의 활동 범위는 네트워크 침투뿐만 아니라 휴대전화와 컴퓨터 도청·감청, 정보 조작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했다. 슈피겔은 “기업들이 어떤 방화벽을 설치하더라도 ANT는 통과했다”며 “이들 회사는 자사 장비에 NSA가 마음대로 드나들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현재 사실 확인 중”이라며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슈피겔은 또 TAO가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에서 출발해 북아프리카·중동을 거쳐 인도·태국까지 16개국을 연결하는 1만8800㎞ 길이의 해저 광케이블도 도청·감청했다고 폭로했다. TAO의 활동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운영체제 윈도도 악용됐다. 윈도에 장애가 생기면 사용자들이 MS에 신고하고 재부팅하는데 이때 TAO가 컴퓨터에 악성 코드를 심었다는 것이다.

TAO는 페이스북·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해 목표 대상에 접근하는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이처럼 전 세계 네트워크에 불법 침투를 일삼은 TAO를 슈피겔은 ‘디지털 배관공’이라고 비꼬았다. NSA는 슈피겔의 폭로에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NSA는 “TAO는 해외정보 수집을 위한 컴퓨터 통신망을 사용하는 임무를 주로 한다”고 밝혔다.

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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