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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연쇄 서울 회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윌리엄·로저즈」 미 국무장관이 18일부터 20일까지 우리 나라를 공식 방문한다. 때를 같이 해서 「덴트」 미 상무장관이 내한하게 되었고, 오는 8월말에는 「슐레징거」 미 국방상이 내한한다. 그에 따라 한·미 외상 회담, 한·미 상공장관 회의, 한·미 안보 협의회 등 일면의 한·미 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예정이며, 7월과 8월은 『한·미 협의의 달』이라고도 할 수 있다.
바야흐로 몰아닥친 변혁의 시대에 처하여 전통적인 한·미 관계를 주축으로 한 한반도의 내외 여건은 일찌기 볼 수 없었을 이만큼 크게 달라져 가고 있다. 금년 들어 지금까지 한국이 참여했던 월남전의 휴전, 미·중공간 간의 연락 사무소 개설, 미·소 정상 회담, 한반도에서의 남북 대화와 6·23 선언, 미 국회에서의 계속적인 대한 군원의 삭감 기운, 「닉슨」의 갑작스런 고철 및 일부 농산물의 수출 규제 등은 하나같이 이 격변해 가고 있는 국내외 정세를 반영하는 것이다.
두 나라는 전통적인 유대에 비추어 지금까지도 당연히 무슨 일이 있을 때에는 긴밀한 사전 협의가 있어야만 했었지만 과거를 되돌아 볼 때 사실은 반드시 그렇지도 못했던 것이다.
최근에 취해진 미국의 수출 규제만 하더라도 그것은 다른 나라의 경우와 달리 한국민의 생활 주변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중대성을 가진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이렇다할 협의가 있었던 것 같지 않다.
1971년2월6일 미국은 주한미군 2만명을 감축할 때, 국군 현대화 5개년 계획을 위해 추가 군원을 약속한바 있으나 미 국회는 추가 군원은 커녕, 통상 군원 마저 삭감해 왔다. 74회계연도의 대한 군원도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지난 5월 하순 미 상원 외교위는 행정부 요구액 2억3천8백만불을 1억1천9백만불로 50%이상이나 삭감한 바 있다. 그런데 여기에 대해서도 미 행정부는 국회에 그 책임을 돌릴 뿐 아무 대책이 없다. 그밖에 미국은 미·소 정상 회담을 비롯해서 그 주요 대외 정책에 관해 서방측 각국과는 연 이은 수뇌 회담을 통해 긴밀히 사전 협의 과정을 거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과는 이렇다할 공식 회담이 없었다. 이처럼 한·미간에는 극히 긴요한 사안에 있어서 조차도 원만한 의사 소통이 결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앞으로 있을 일련의 한·미 회담에서는 그 동안 부족했던 의사 소통과 협의를 긴밀히 하는 동시에 정세 변천 여하간에 전통적인 우호 관계만은 더욱 발전시키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당면해서는 한국의 특수성에 입각하여 수출 규제에서는 물론 군원 문제에 있어서도 특별한 고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한국은 지금 내외 정세의 변천에 능동적으로 적응하기 위해, 그 통일 외교 정책, 대 「유엔」 외교 정책에 있어서 일대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의 이 대전환도 우방 미국의 확고한 지지를 얻음으로써만 비로소 그 실효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 같은 우리의 일대 전환이 결코 한국만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요. 나아가 미국의 안전과 세계 평화를 확고하게 다지려는 미국의 정책과도 일치하는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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