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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도가무 발표회를 보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흔히 우리 문화의 특성을 선의 아름다움에서 찾으려는 학자들이 많다.
그러고 보면 우리 주변의 구석구석에는 유연한 선의 물결이 흐르지 않는 곳이 없다. 특히 우리 고유의 선율에 귀를 기울인다면 이 같은 심증은 더욱 굳어지는데 시조며 가곡, 판소리,그리고 서도소리로 통칭되는 음악들이 그 좋은 예라 하겠다.
동서 다같이 초기의 음악은 단 선율로 출발했으나 서양 음악은 외연적인 배합 과정을 통해 수직 개념인 다성 음악, 화성 음악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고 우리의 것은 어디까지나 단 선율의 수평 개념 위에서 악상의 굴착과 확산을 이뤄왔다고 하겠다. 여기서 우리는 입체감의 부족과 선율의 우수성이란 국악의 강약점을 도출해 낼 수 있는데 지난 10일 밤 서도소리 보존 협회가 주최한 서도가무 발표회 (국립극장)는 우리 음악의 이 같은 선율적 특징을 감상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서도소리의 본질이란 한국 내에서도 희락과 애비가 묘하게 교차해 가는 맛이라고 하겠는데 무형문화재 29호의 기능 보유자인 김정연·오복녀 양씨의 교창으로 들은 『수심가』와 『엮음 수심가』는 이날 밤의 「하일라이트」였다.
김정연씨 목에 잘 맞는 잔잔한 물결처럼 어울져 가는 서도 특유의 「바이브레이션」 에서는 애련 처절한 맛을 그리고 오복녀씨 목에 어울리는 길게 뽑아 내는 시원스런 가락에서는 강직 우람한 흥으로 서도소리의 산 면목을 만끽할 수 있었다. 서도소리의 속성으로 보아 병창으로 마련한 『영변가』는 무리였는데 김광숙씨의 경우 고음의 수련만 있으면 발전할 소지가 많고 박용순은 『공명가』에서도 확인되듯이 좀더 창법에 무게를 더했으면 싶다. 중량감 있는 발성만 갖춘다면 기대해 볼 만한 신인이며 『초한가』를 부른 이병호는 타고난 좋은 목을 십분 구사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전체적으로 출연자들의 중복이 많았으며 「프로그램」 편성이 지리한 흠은 있었으나 좀처럼 듣기 어려운 서도소리의 본령을 알뜰히 들려준 공은 크다고 하겠다.
한명희 <국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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