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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세계제일의 「팁」제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파리=주섭일 특파원】얼마 전 우리나라에서도 이른바 「팁」을 현실화하겠다는 방안이 치안국에서 검토된바 있었지만 「팁」에 관한 한 「프랑스」는 세계에서 두 번째 가라면 서러워할 만큼 「팁」 제국이다.
며칠전 상오8시쯤 집 앞의 「카페」에서 일어난 일. 「프랑스」인들은 아침식사를 「카페」(우리나라의 다방이다)에서 「크로와상」이라는 빵 한 조각과 「커피」한잔으로 매워버리는 것이 상례로, 그래서 「프티·데저네」(소찬)라고 부르는데 한 여행자로 보이는 미국 신사가 「카운터」앞에서 아침을 먹고 식대를 지불하고 나가는 참이었다.
그런데 『세르비스·농·콩프리·무쉬』(「팁」이 포함 안됐어, 선생!」)라는 고함소리가 들렸다.
「카페·보이」의 고함에 놀란 이 손님은 한동안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 분명히 식대를 주었는데 무슨 소리냐고 말하는 듯한 표정이었으나 이른바 이곳에서 불리는 「세르비스」(봉사료)라는 「팁」을 물고는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처럼 「카운터」에 서서 「커피」한잔을 마셔도 아무 것도 봉사 받은 것 없이 봉사료를 물지 않으면 안 되는 곳이「파리」이며 「프랑스」이다. 「파리」의 「레스토랑」, 즉 식당 앞에는 항상 「메뉴」와 가격표가 붙어있는데 이 가격표만 믿고 식사를 한다면 코 다치기 일쑤. 반드시 가격 계산에 「세르비스」를 가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일반적으로 봉사료는 12∼15%이며 넉넉잡아 15%를 더 가산하면 실수는 없다.
「택시」도 마찬가지-이곳 「택시」에도 모두 요금을 계산하는 「미터」기가 달려있다.「팁」을 줄 생각 않고「미터」기 대로 요금을 지불했다간 불평과 욕설을 얻어먹기 십상이다. 반드시 요금 외에 12∼15%의 봉사료를 가산해서 지불하지 않으면 인간대접을 받지 못 한다.
영화관에 갈 때도 마찬가지. 관람료를 내고 들어가면 별로 아름답지도 않은 할머니나 중년부인쯤 되는 여인이 전지를 비춰주며 자리에 안내한다. 서울이나 동경쯤으로 착각, 영화화면 보기에 급급해서 이 여인들에게 「팁」을 주지 않고 털썩 앉았다가는 망신당하기 알맞다. 어쨌든 「파리」생활은 항상 봉사 받지도 못하면서 15%의 봉사료를 더 내며 살아가야 하는 지독한 도시생활이란 것만은 서슴지 않고 말할 수 있다. 【파리=주섭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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