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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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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여름에 더운 것은 당연한 얘기다.
아무리 1년에 두 계절밖에 없는 북쪽 나라들도 여름에든 덥다.
같은 더위에도 그냥 더위와, 무더위가 있다. 더위는 견딜 수 있어도 무더위는 견디기 어렵다.
가령 30도를 오르내리는 대만에서 곧잘 견디다가도 28도 밖에 안 되는 동경의 더위는 견디기 어렵다. 무더위 때문이다. 우리 나라의 요새 더위도 무더위다. 그래서 사람들이 견딜 수 없어하는 것이다.
무더위란 더위에 다량의 온기가 겹친 때를 말한다. 열대지방에서는 비가와도 소나기처럼 한 시간쯤 퍼붓다가 멎는다. 그러면 또 날씨는 바짝 건조하게 된다. 땀이 흘러도 피부에 끈적거리지는 않는다.
열대에서는 습도는 고작해야 70% 정도까지고, 보통은 50에서 60% 사이를 오르내린다. 우리 나라에서는 그게 90%까지나 오를 때도 있다. 그러나 습도가 80% 안팎에서 오르내리는 요새의 무더위는 그래도 다행인 편이다.
더위는 그냥 수은주만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나 무더위는 수은주로는 알 수 없다. 그 대신 불쾌지수라는게 있다.
불쾌지수란 57년에 미국의 한 여행 천기 예보 사회에서 처음으로 썼다. 그 후에 기상대에서도 이것을 채용하기 시작하고 59년 여름부터는 정식으로 천기 예보와 함께 발표하게 되었다. 우리 나라에서 이것을 쓰게 된 것은 60년 이후의 일이다.
미국의 통계에 의하면 불쾌지수가 70이 넘으면 일부의 사람들이, 75가 넘으면 반수 이상의 사람이, 그리고 80이 넘으면 모든 사람이 불쾌감을 견딜 수 없을 정도가 된다.
요새는 미국에서도 불쾌지수 (Discomfort Index)란 말은 잘 쓰지 않는다. 부적당한 말이라는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 기상국은 온습 지수 (Tem-Perature-humidity Index)라고 바꿔 부르고 있다.
이름이야 뭐라든 지수가 80이 넘으면 모든 사람이 불쾌해 지기는 마찬가지다. 다만 한국사람의 경우에는 같은 불쾌지수라도 서구 사람보다 못 견딘다. 참을성이 없어서가 아니다. 더위를 이겨내는데 힘이 되는 단백질의 섭취가 적은 때문이다.
한마디로 잘 먹어야 더위도 이겨낼 수 있는 것이다. 더위에 약하니까 입맛도 떨어진다. 입맛이 없으니까 그나마 음식도 덜 먹는다. 영양가의 섭취가 적으니까 더욱 더위에 약해지고, 더위에 약하니까….
이런 악순환도 결국 우리네 살림이 풍족하지 못한 탓이라고나 할까. 더우기 불쾌지수에는 풍속이 고려되어 있지 않다. 그러니까 정말 피부로 느끼는 체감온도와는 다르다. 바람기 한 점 없는 어제오늘의 무더위는 그러니까 정확하게 잴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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