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공동성명 한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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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7·4공동성명이 발표된 지 만1년이 된다. 7·4공동성명은 분단·대립됐던 남북관계를 개선하며 갈라진 조국을 통일하는데 있어 쌍방의 합의사항을 천명한 것이다. 이는 비록 공동성명의 형식을 취했지만 쌍방은 그 이행을 온 민족 앞에 엄숙히 약속하였던 것이다.
지난 1년을 회고할 때 북한은 7·4공동성명의 이행에 불성실했다는데 그치지 않고, 때로는 이에 정면으로 상치되는 행동을 자행한 일조차 비일비재였다. 7·4공동성명의 가장 핵심적인 합의사항은 서로 상대방을 중상비방하지 않으며 크고 작은 것을 막론하고 무장도발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러한 합의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계속 무장공비와 간첩을 침투시켰을 뿐만 아니라 계속 대남 중상비방을 일삼고 있다.
7·4공동성명에서는 남북 사이의 제반 교류를 실시하고, 남북적십자회담이 하루 빨리 성사되도록 적극 협조할 것이며, 남북사이의 제반문제를 개선 해결하기 위하여 남북조절위원회를 구성 운영하기로 했다. 그러나 북한은 그 어느 것에 대해서도 이렇다할 성의를 표시하지 않았다.
그동안 서울과 평양을 오고 가는 남북적십자회담만 하더라도 6차에 걸쳐 열렸다. 우리측은 이미 예비회담에서 합의한 의제에 따라 그 제1항인 『주소와 생사를 알아내며 알리는 문제』를 비롯하여 사업의 절차, 서식의 제정, 사업기구의 설치, 사업개시 시기 등 극히 구체적인 사항의 토의를 제의했으나 북한은 이른바 『법적·사회적 여건 형성』운운하면서 그 토의조차 가로막았다.
세 번에 걸친 남북조절위원회의가 열렸지만 북한은 우리측이 제안한 남북의 점진적인 상호 교류까지도 마다하면서 오직 대한민국의 안전보장을 위태롭게 할 저의를 드러낸 군사 및 정치문제의 일괄선결을 주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은 남북대화를 이용하면서 해외에서의 외교상의 대결을 시도하여 『두 개의 한국』을 고정화시키고 분단을 영구화하기에 광분했다. 이러한 것은 다같이 7·4공동성명에 찬물을 끼얹는 것일 뿐만 아니라 그 구현을 고의적으로 저해하는 것이다. 북한의 이같은 행동으로 7·4 공동성명의 성과는 겨레의 기대와는 거리가 먼 것이 되고 말았으며 남북간의 문제해결이 얼마나 어려운 가를 새삼 느끼게 하였을 뿐이다.
요컨대 7·4공동성명 명문규정의 실천과 남북간의 대화진전이 지연되고 있는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에 있는 것이다. 북한은 이제라도 5천만 겨레의 염원을 저버리지 말고 성실한 태도와 겸허한 자세로써 남북문제 해결에 임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남북간 이질적인 체제간의 타결이 일조일석에 이루어지리라는 것은 생각할 수 없지만 북한은 그럴수록 손쉽고 실천 가능한 문제부터 하나씩 해결하여,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상호간의 불신을 신뢰로 대체하는데 성의를 다해야 할 것이다.
특히 대한민국에서는 6·23특별성명과 더불어 평화통일외교의 일대 전환을 단행했다. 6·23성명은 바로 정체상대에 빠진 대화에 활력소를 주입하려는 의미까지도 가진 것이다. 북한은 더 이상 대화의 진전을 가로막지 말기를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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